설레는 마음으로 시작했던 식당 주방 리모델링
처음에는 단순히 식당 주방 동선을 좀 효율적으로 바꾸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장사가 아주 잘되는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라 나름의 돌파구를 찾고 있었다. 그래서 고민 끝에 식당 주방 인테리어를 조금 손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때만 해도 정부에서 지원해 주는 청년 창업 지원 사업이나 관련 혜택이 꽤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솔직히 말하면 창업 초기 비용을 조금이라도 아껴보자는 얄팍한 계산이 있었다. 대략적으로 견적을 뽑아보니 주방 기기 교체하고 배수 설비 공사까지 하면 2천만 원에서 3천만 원 정도는 훌쩍 넘어갈 것 같았다. 그 돈을 다 쌩으로 내기엔 부담이 컸으니까, 어떻게든 정부 지원금을 받아보려고 눈에 불을 켜고 관련 공고를 찾아다녔다.
서류의 늪에 빠져버린 나날들
정부 지원 사업이라는 게 겉으로 보기엔 참 좋아 보인다. ‘청년’이라는 단어가 붙은 예산만 수십조 원이라는 기사를 보고 ‘아, 내 자리는 분명히 있겠구나’ 싶었다. 근데 막상 신청 사이트에 들어가서 로그인을 해보면 상황이 딴판이다. 제출해야 할 서류가 무슨 논문 한 편 쓰는 수준이다. 사업계획서, 재무제표, 인테리어 견적서, 시공 업체의 사업자 등록증까지, 하나하나 챙기다 보면 하루가 다 간다. 특히 프랜차이즈 컨설팅 쪽도 알아봤는데,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내 상황도 잘 모르면서 무조건 ‘브랜딩’과 ‘매뉴얼화’를 강조한다. 내 주방 동선이 꼬인 건 단순히 좁아서 그런 건데, 자꾸 거창한 시스템 도입을 이야기하니 대화가 겉도는 기분이었다. 결국 서류 준비하다 지쳐서 ‘그냥 내 돈 쓰고 말지’라는 생각이 수백 번도 더 들었다.
컨설팅을 받으러 갔다가 든 의문들
한 번은 청년 창업가들을 모아놓고 컨설팅을 해준다는 자리에 갔다. 대략 2시간 정도 진행된 세미나였는데, 강연자는 스마트팜이니 글로벌 진출이니 하는 아주 거창한 미래 산업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솔직히 나처럼 작은 식당 하나 운영하면서 주방 인테리어 고민하는 사람들에겐 좀 괴리감이 느껴졌다. ‘내가 지금 하고 싶은 건 내일 당장 손님들한테 내놓을 그릇 놓을 자리 하나 더 만드는 건데’ 싶었다. 옆에 앉은 다른 창업자는 파티룸 창업을 생각 중이라던데, 우리 둘 다 강연이 끝나고 나오면서 ‘그래서 우리 같은 사람들은 도대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 거냐’며 헛웃음만 지었다. 컨설팅이라고 해서 갔는데, 정작 실무적인 도움보다는 보고용 자료 만드는 법만 배우고 나온 것 같아 씁쓸했다.
공사는 결국 셀프로 타협하는 중
결국 정부 지원 사업은 신청조차 하지 않았다. 준비 기간이 길어지면 당장 영업에도 차질이 생길 것 같았고, 무엇보다 복잡한 행정 절차를 버텨낼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지금은 예산의 절반 정도만 들여서 가장 시급한 배수관 문제만 손보는 중이다. 식당 주방 인테리어라는 게 한 번 뜯기 시작하면 끝도 없다는 걸 이제야 알겠다. 당초 예상했던 3천만 원짜리 리모델링은 사라지고, 동네 철물점 사장님과 상의해서 필요한 부분만 부분적으로 고치고 있다. 이게 맞는 선택인지는 잘 모르겠다. 나중에 더 큰 사업으로 확장하려고 했을 때 이번 결정이 발목을 잡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은 있다. 그래도 일단 내일 장사를 할 수 있는 환경이 되는 게 중요하니까.
여전히 풀리지 않는 갈증
지금 생각해보면 정부 지원 사업이라는 게 사실은 덩치가 좀 있는 사업체나 기술 기반 스타트업을 위한 것이지, 나 같은 영세 자영업자를 위한 게 아니라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매일 뉴스에는 청년 창업 지원 예산이 늘었다고 나오는데, 왜 내가 피부로 느끼는 혜택은 하나도 없는 걸까. 특수상권에 입점하려니 권리금이 문제고, 일반 상권에서 하자니 인테리어 비용이 문제다. 이 악순환을 끊어줄 만한 현실적인 대안은 없는 것 같다. 며칠 전에는 1인 미용실을 창업하려는 친구가 상담을 요청해왔는데, 나도 딱히 해줄 말이 없어서 그냥 ‘서류 작업할 각오부터 단단히 해라’라는 말만 건넸다. 정말로 그게 최선인 것 같다. 지원금 조금 받으려다 내 시간을 다 써버리는 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은 여전히 마음 한구석에 남아있다.

사업계획서 준비하느라 정말 힘들었겠어요.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단순히 서류만 많다고 해서 사업이 잘 되는 건 아니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동네 가게 사장님들의 어려움이 정말 와닿네요. 제가 작은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는데, 비슷한 고민이 많아서 공감됩니다. 꼼꼼한 서류 작업이 오히려 시간 낭비라는 점이 특히 와닿네요.
컨설팅 비용 때문에 마음이 많이 무거워 보이셨던 것 같아요. 저도 비슷한 경험 때문에 사업 계획에 너무 많은 시간 쏟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전문가들이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뻔한 조언만 하는 것 같아 좀 답답하네요. 좁은 주방 문제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