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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정책자금 상담받으러 갔다가 서류 뭉치만 잔뜩 들고 나왔다

서류는 챙겨갔는데 마음은 챙기지 못했다

며칠 전 서울신용보증재단 쪽에 방문할 일이 있었다. 최근에 자영업자들을 위한 연간 3조 원 규모의 정책자금 지원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들려오길래, 나 같은 소상공인도 혹시나 뭐 하나 얻어걸릴 게 있을까 싶어 다녀온 것이다. 사실 대단한 기대를 했던 건 아니었다. 그저 금리가 시중보다 조금 낮다는 말에 귀가 팔랑거려서 퇴근길에 짬을 내서 간 거였다. 근데 상담 부스 앞에 서자마자 느껴지는 묘한 긴장감이란. 정장 입은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번호표를 뽑고 기다리는 사람들 틈에 섞여 있으니 괜히 내가 작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벤처기업 인증 요건은 왜 이렇게 어려운가

상담사분은 생각보다 친절했다. 그런데 대화가 이어질수록 내 머릿속은 복잡해졌다. 일반경영안정자금부터 소상공인 특화 자금까지 종류는 왜 이렇게 많은지. 내가 벤처기업 인증이라도 받으면 금리 우대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슬쩍 물어봤더니, 그 요건이 정말 만만치가 않았다. 기술보증기금(기보) 쪽 문턱은 높기로 유명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막상 구체적인 서류와 조건을 나열해주시니 숨이 턱 막혔다. 매출액 기준이나 기술 평가 항목을 듣고 있는데, 이게 지금 내 가게 운영이랑 무슨 상관인가 싶은 생각도 잠시 들었다.

대출은 받으려 할수록 더 멀어지는 기분

가장 당황스러웠던 건 ‘상담’ 자체의 분위기였다. 신한은행이나 금감원 관계자들이 함께 나와서 원스톱 컨설팅을 해준다고는 하는데, 실질적으로 내가 당장 쥘 수 있는 돈이 얼마인지 확인하는 과정이 너무나 번거로웠다. 심지어 지금 운영하는 가게 매출이 일정 수준 이상 올라가 버리면, 오히려 정부의 디딤돌대출 같은 정책 자금 혜택에서 제외될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다. 열심히 돈을 벌어서 매출을 올리는 게 죄도 아닌데,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이는 것 같아 조금 억울했다. 3조 원이라는 큰돈이 어디론가 흘러가긴 할 텐데, 그 흐름이 나를 지나쳐 가는 것만 같았다.

결국은 서류 더미만 남긴 채 돌아오는 길

상담을 마치고 나올 때 손에 든 건 팸플릿 몇 장과 다음에 다시 챙겨와야 할 서류 목록이 적힌 메모지였다. 약 40분 정도 상담을 받았나. 사실 그 시간에 가게 재고 정리나 한번 더 하는 게 나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시에서 발표하는 정책들이 매번 화려하게 홍보되지만, 막상 현장에서 체감하는 건 꼼꼼한 서류 준비와 까다로운 조건뿐이다. 버팀목전세자금대출과 병행이 가능하다는 둥 복잡한 이야기들이 오갔지만, 지금 당장 내 통장에 꽂힐 돈은 없다는 게 현실이다.

잘 모르겠는 채로 남겨진 숙제들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 핸드폰으로 다시 정책 자료를 찾아봤다. 벤처 인증이 정말 정답일까, 아니면 그냥 일반 대출을 알아보는 게 나을까. 상담사는 분명 친절하게 설명해줬는데도 왜 하나도 명쾌하지가 않은 건지 모르겠다. 다음 달에 다시 서류를 챙겨서 오라고는 하셨지만, 정말 그때는 내가 원하는 자금이 나올지 솔직히 반신반의하다. 정부 지원금이 ‘공짜’는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왠지 모르게 한 번 더 확인해보고 싶은 미련이 남는다. 아마 다음 주 중으로 다시 한번 신용보증재단 근처를 기웃거릴 것 같긴 한데, 이게 맞는 선택인지 여전히 확신은 없다.

“서울시 정책자금 상담받으러 갔다가 서류 뭉치만 잔뜩 들고 나왔다”에 대한 4개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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