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코엑스 창업박람회를 다녀왔다. 사실 거창한 계획이 있었던 건 아니고, 요즘 취업 시장이 워낙 조용하다 보니 마음 한구석이 불안해서였다. 다들 한 번씩은 들어봤을 법한 프랜차이즈부터 이름도 생소한 소규모 브랜드까지 정말 사람이 많더라. 입구에서부터 줄을 서서 들어가는데, ‘아, 정말 다들 먹고살기 힘들구나’ 하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
일단 뭐라도 시작해봐야 하나 싶어서
박람회장은 공기부터 달랐다. 여기저기서 상담받으라고 손짓하는데 솔직히 조금 기가 빨렸다. 30대 초반인 내 나이 또래들도 정말 많이 보였고, 다들 눈빛이 사뭇 진지했다. 나도 괜히 기웃거리다가 노브랜드버거 창업 상담 부스 근처를 서성였는데, 막상 담당자가 말을 걸어오니 덜컥 겁이 났다. 대략적으로 초기 투자비용이 1억 원에서 2억 원은 잡아야 한다는 소리를 들으니 통장 잔고가 떠오르면서 현실 자각이 확 왔다. 이게 정말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액수인가, 아니면 그저 막연한 불안감을 돈으로 메우려는 건가 싶었다.
지원사업은 도대체 어디서부터 찾아야 하는지
사실 박람회에 온 진짜 이유는 창업지원사업 정보를 좀 얻고 싶어서였다. 예비창업자 대상으로 저금리 대출도 해주고, 성남청소년재단 같은 곳에서 와디즈 펀딩 같은 실전 교육도 해준다는 건 뉴스에서 봤으니까. 그런데 막상 현장에서는 그런 세세한 정책적인 도움보다는 당장 매장을 차릴 사람을 찾는 분위기가 훨씬 강했다. 어느 부스에선 ‘사업자등록증이 아직 없어도 일단 계약부터 하라’고 조언하는데, 이게 맞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내가 찾던 건 멘토링이나 교육인데, 여기는 장사를 시작할 준비가 다 된 사람들을 위한 판 같았다.
집수리나 기술직도 고민해봤는데
요즘은 몸 쓰는 일이 더 안정적이라는 말도 많아서 집수리 교육이나 기술적인 분야도 기웃거려봤다. 브랜드 컨설팅 업체 부스에도 잠시 들렀는데, 거긴 또 돈을 들여서 남의 브랜드를 사는 것보다 자기만의 아이템을 만드는 게 낫다는 뻔한 소리를 했다. 맞는 말이긴 한데, 당장 내일 먹고살 걱정하는 사람한테는 너무 먼 이야기처럼 들리는 게 문제다. 특수상권 창업이 좋다는 말도 들었지만, 수익이 불투명하다는 건 이미 뉴스나 커뮤니티에서 하도 봐서 이제는 귀에 잘 들어오지도 않는다.
결국 빈손으로 돌아오는 길
집에 오는 길에 지하철 안에서 받아온 팸플릿들을 훑어봤다. 무겁기만 하고 딱히 머릿속에 남는 건 없었다. 동업을 고민해볼까도 싶었지만, 주변에서 동업하다가 친구도 잃고 돈도 잃었다는 이야기를 하도 많이 들어서 선뜻 내키지도 않는다. 결국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하고 그냥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창업지원센터에서 운영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다시 찾아봐야 할까, 아니면 그냥 조금 더 낮은 자세로 취업 시장을 다시 두드려야 할까. 결론 없이 하루를 보낸 게 왠지 모르게 찝찝하다. 다음 주에는 익산 통합일자리센터 같은 곳에서 하는 소규모 박람회라도 찾아가 볼 생각이다. 코엑스보다는 좀 더 현실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