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 취업 상담소에서 들은 이야기들
며칠 전부터 구직 활동이라는 게 막막하게 느껴져서 집 근처 구청에 있는 일자리 센터에 다녀왔다. 그냥 인터넷으로 공고만 찾아보는 것보다는 직접 가서 상담을 받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막상 도착해보니 생각보다 사람이 많아서 놀랐다.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학생부터 40대 정도 되어 보이는 분들까지 꽤 다양했다. 대기 번호를 받고 앉아 있는데, 벽에 붙은 구인 공고들이 눈에 들어왔다. 기술교육원에서 하는 용접 교육이나 단순 생산직 같은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런 건 내가 가진 프리랜서 디자이너 경력과는 조금 거리가 있어 보여서 멍하니 서류만 만지작거렸다. 상담사분은 나름대로 친절하게 여러 가지 일자리를 알려주셨는데, 이상하게도 그 제안들이 내 현실과는 조금씩 어긋난 느낌이었다.
눈앞의 아르바이트와 미래 사이의 간극
상담사분이 개인 카페 알바나 시험감독 알바 같은 단기적인 일자리를 몇 개 추천해주셨다. 사실 당장 생활비를 벌어야 하니 아르바이트 종류를 알아보지 않은 건 아니다. 그런데 구청에서 그런 정보를 듣고 있으니, 내가 정말 취업 지원을 받으러 온 건지 아니면 단순히 당장의 알바 자리를 소개받으러 온 건지 경계가 모호해졌다. 상담사분은 ‘기술을 배우는 게 장기적으로는 낫다’며 기술교육원 안내 책자를 쥐여주셨는데, 당장 다음 달 월세 걱정을 하는 사람에게 6개월짜리 교육 과정을 듣는 게 정말 맞는 선택인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상담 시간은 30분 정도였던 것 같은데, 상담실을 나오면서 느꼈던 건 뭔가 ‘해결되었다’는 개운함보다는 ‘내가 지금 제대로 하고 있는 건가’ 하는 의문이었다.
카카오 블루 기사님을 보며 든 생각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카카오 블루 택시가 서 있는 걸 봤다. 예전에는 이런 일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그냥 지나쳤는데, 구직을 시작하고 나서부터는 택시 기사나 배달 플랫폼 종사자들의 모습이 예사로 보이지 않는다. 단순히 일자리 종류가 적어서가 아니라, 내가 발을 들여놓을 수 있는 영역이 어디까지인지 가늠해보게 된달까. 구직촉진수당 같은 제도를 알아볼 때도 소득 기준이나 재산 기준 같은 촘촘한 조건들 때문에 나는 대상이 될까 말까 하는 고민을 계속하게 된다. 월 50만 원씩 6개월을 받는다고 해도, 그게 정말 내 진로를 고민할 시간적 여유를 줄 수 있을지, 아니면 그냥 알바를 하나 더 뛰는 게 현실적인 건지 답을 내리기 어렵다.
다시 노트북을 펴면서
결국 집에 돌아와서 다시 구인 사이트를 켰다. 여전히 프리랜서 디자이너로서의 경력을 살릴 만한 곳은 많지 않고, 눈에 들어오는 건 집 근처의 소소한 카페 알바들뿐이다. 상담을 받고 왔으니 뭔가 달라질 줄 알았는데, 사실 변한 건 별로 없다. 그냥 조금 더 피곤할 뿐이다. 동네 구청까지 다녀오느라 왕복 시간도 꽤 걸렸고, 왠지 모르게 기운이 다 빠졌다. 내일은 다시 다른 곳을 찾아보겠지만, 사실 내가 뭘 찾고 있는 건지도 가끔 헷갈린다. 상담사님이 주신 리플릿은 책상 구석에 그냥 두었다. 당장 오늘 밤에는 일단 밀린 포트폴리오나 조금 더 수정해봐야겠다. 이게 맞는 방향인지는 정말 모르겠지만,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이것밖에 없다는 게 가끔은 참 씁쓸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