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마다 반복되는 인턴 계약의 피로감
요즘 매일 아침 출근길에 드는 생각은 ‘이번 달도 무사히 넘겼구나’ 하는 안도감이다. 처음 인턴을 시작할 때만 해도 1년은 금방 지나갈 것 같았는데, 현실은 3개월 단위로 재계약 서류를 작성하는 일의 연속이다. 인사팀에서 메일이 올 때마다 이번에는 정말 연장을 안 해주는 건 아닐까 하는 묘한 긴장감이 생긴다. 이게 중견기업 인턴의 일상이란 걸 입사 전에는 전혀 몰랐다. 처음 면접을 볼 때는 1년 이상 근무가 가능하다고 해서 안심했는데, 막상 들어와 보니 매 분기마다 실적 평가를 받는 기분이라 마음이 편치 않다. 옆 팀 동기는 벌써 두 번째 계약 만료를 앞두고 다른 곳으로 이직 준비를 시작했다. 나도 괜히 마음이 싱숭생숭해서 퇴근 후에 잡코리아나 인턴 채용 사이트를 습관적으로 새로고침하는 버릇이 생겼다.
건설기술인협회 BIM 교육과 현실의 괴리
직무 역량을 좀 키워볼까 싶어서 건설기술인협회에서 주관하는 BIM 교육을 알아봤다. 아키캐드나 레빗 같은 툴을 다룰 줄 알면 확실히 실무에서 쓸모가 많을 것 같아서였다. 그런데 막상 일과 후에 교육을 들으려니 몸이 따라주질 않는다. 야근이라도 하는 날에는 교육 신청을 해두고도 결국 못 듣는 경우가 허다하다. 수강료도 20만 원에서 40만 원대를 호가하는데, 인턴 월급에서 떼어내려니 꽤 큰 지출이다. 과연 이 돈을 들여서 자격증을 따는 게 내 정규직 전환에 도움이 될까 싶기도 하다. 그냥 막연하게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은 불안감에 시작하는 건지, 정말 내 커리어에 필요한 건지 헷갈릴 때가 많다. 차라리 외국계 회사 인턴을 알아볼 걸 그랬나 하는 생각도 드는데, 거기도 뭐 크게 다를까 싶다.
마케팅 직무와 반도체 채용 사이에서
주변 친구들은 벌써 반도체나 대기업 공채 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다. 나는 마케팅 직무를 희망하면서 건설 관련 업종에서 일하고 있으니, 남들이 보면 좀 엉뚱한 커리어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여기서 배우는 데이터 분석이나 보고서 작성법이 나중에 어디든 써먹을 수 있지 않을까 애써 위로한다. 얼마 전에는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다시 봤는데, 주인공이 인턴 생활을 견뎌내는 모습을 보며 왠지 모르게 동질감을 느꼈다. 현실은 영화처럼 화려하지 않고, 엑셀 칸을 채우거나 회의실을 예약하는 게 전부지만 말이다. 그래픽 디자이너 채용 공고를 보다가 갑자기 내 직무가 맞는지 회의감이 드는 날도 있다. 그냥 지금 이 인턴 생활이 내 인생의 중간 휴게소라고 생각하려고 노력 중이다.
계약 만료 후를 고민하는 밤
가끔은 계약이 12개월 채워지고 만료되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을까 하는 현실적인 계산을 해본다. 회사 측에서 계약 연장을 안 해주면 실업급여 수급 자격이 된다고 들었는데, 이게 정확히 어떻게 산정되는 건지 사실 아직도 잘 모르겠다. 계약 만료 퇴사 처리가 되면 고용보험 가입 기간을 따져봐야 한다는데, 행정적인 절차가 복잡해 보이기만 한다. 주변에 물어볼 곳도 마땅치 않아서 그냥 검색만 반복한다. 만약 재계약을 안 하게 된다면, 그 공백기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도 숙제다. 3개월마다 갱신하는 이 불안정한 구조가 과연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드는 건지, 아니면 그저 시간만 갉아먹는 건지 답이 나오질 않는다.
마포에서의 유세 현장을 지나며
퇴근길에 우연히 마포구청 근처를 지나가는데 사람들이 북적거렸다. 정원오 후보 유세가 한창인 것 같았다. 지지자들 틈에서 들리는 연설 소리가 왠지 남의 일처럼 느껴졌다. 저 사람들은 저렇게 열정적으로 미래를 이야기하는데, 나는 당장 다음 달 계약서에 도장을 찍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고민하고 있다니. 조금 허탈하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내가 너무 좁은 세상에 갇혀 있는 건 아닌가 싶었다. 특별한 결론은 없다. 내일도 출근해서 엑셀 파일을 열고, 주어진 업무를 처리하겠지. 그리고 또 3개월 뒤를 고민할 것이다. 가끔은 이렇게 아무 생각 없이 지나가는 시간들이 나중에 돌아보면 별거 아니었길 바랄 뿐이다.

12개월 계약 후 실업급여 계산해 본 적 있나요? 제가 비슷한 고민을 했는데, 관련 정보가 온라인에서 찾기 어려워서 좀 답답했어요.
영화 보면서 공감했어요. 저도 엑셀 쓰는 게 너무 많아서 가끔 그런 생각이드네요.
매 분기마다 실적 평가 때문에 마음이 편치 않다고 하셨는데, 저도 그런 스트레스 때문에 엑셀에 계속 기록하고 분석하는 시간이 많아지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