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청년위원회 회의록 작성하다가 속기 비용에 놀랐던 날

어쩌다 맡게 된 청년위원회 회의 기록

얼마 전 지역 청년위원회에서 진행하는 타운홀 미팅의 기록을 맡게 되었다. 사실 그냥 편하게 적으면 되겠지 싶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일이 생각보다 커졌다. 단순히 누가 무슨 말을 했는지 요약하는 수준이 아니라, 나중에 정책 제언으로 활용하려면 토씨 하나 안 틀리고 기록해야 한다는 압박이 있었다. 처음에는 내가 그냥 적어서 정리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녹음 파일을 다시 들으면서 타이핑을 해보니, 1시간 분량을 정리하는 데 4시간이 넘게 걸리는 참사가 발생했다. 사람이 말할 때는 몰랐는데, 문장 간의 연결이 생각보다 불분명하고 중간에 끊기는 말들이 너무 많아서 나중에는 내가 도대체 뭘 적고 있는지조차 헷갈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속기사무소에 전화해보고 든 생각

결국 혼자서는 도저히 무리라는 판단이 들었다. 주변에 물어보니 공식적인 회의록은 속기사무소에 맡기는 게 일반적이라고 했다. 급하게 몇 군데 연락을 돌려봤는데, 속기록 비용이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다. 보통 녹음 파일 1시간 기준으로 가격이 형성되는데, 업체마다 다르지만 대략 10만 원에서 20만 원 사이를 부르는 곳이 많았다. 우리 위원회 예산이 그리 넉넉한 편이 아니라서 섣불리 결정하기가 어려웠다. 퍼스트드림 같은 곳이나 다른 소규모 속기사무소들에 견적을 문의해보면서, 누군가의 말을 글로 옮기는 작업에 들어가는 시간과 노력이 정말 무시할 수 없는 가치라는 걸 새삼 느꼈다. 그동안 내가 했던 배민 리뷰 쓰기나 간단한 메모랑은 차원이 다른 영역이었다.

(주)플레이스나 다른 대안을 찾아보며

업체에 맡길 돈이 없으니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 했다. (주)플레이스 같은 곳에서 지원하는 서비스가 있는지 알아보기도 했지만, 공공기관이나 지자체와 연계된 사업이 아니면 지원받기가 쉽지 않았다. 고민 끝에 결국 AI를 활용해보기로 했다. 요즘은 음성을 텍스트로 바로 변환해 주는 툴이 많으니까 그걸 써서 초안을 잡고, 나중에 내가 다듬는 방식이었다. 물론 결과물이 완벽하지는 않았다. 특정 전문 용어나 정책 관련 단어들은 AI가 엉뚱하게 인식하는 경우가 많아서, 결국 다시 듣고 수정하는 작업을 거쳐야 했다. 이럴 거면 처음부터 내가 적었나 싶으면서도, 적어도 타이핑 속도만큼은 확 줄어드니 그게 어디냐 싶기도 했다.

거버넌스라는 단어의 무게감

이번 미팅의 주제가 거버넌스 구축이었는데, 막상 현장에서는 정책적인 용어보다 서로의 불편함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더 컸다. 기록을 정리하면서 느낀 점은, 사람들의 발언에는 각자의 사정이 있다는 것이다. 누군가는 청년 정책이 너무 형식적이라고 비판했고, 누군가는 지금 당장 눈앞에 있는 지원금 문제만 해결해 달라고 했다. 이 다양한 목소리를 하나의 공식적인 문서로 담아낸다는 게 참 어렵더라. 기록을 정리하면서 내가 임의로 해석해서 단어를 고치면 왜곡이 생길 것 같고, 그대로 두자니 글이 너무 지저분해 보여서 한참을 고민했다. 결국 녹취록을 다듬는 과정에서 내 주관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조금 찝찝하게 남았다.

마무리는 되었지만 찝찝함은 여전하다

우여곡절 끝에 30페이지 분량의 최종본을 넘겼다. 다들 고생했다며 커피 기프티콘 하나를 보내주는데, 이게 그 시간과 고생에 대한 보상인가 싶어 쓴웃음이 났다. 공식적인 회의록이라는 게 사실 읽는 사람도 거의 없을 텐데, 우리는 왜 이렇게까지 매달려서 글자를 채우고 있는 걸까. 기록이 중요하다고 말은 하지만, 사실 그 기록이 실제 정책에 얼마나 반영될지는 미지수다. 다음번에 또 이런 일을 맡게 된다면 그때는 정말 고민을 좀 해봐야겠다. 그날 밤, 며칠 동안 시달렸던 녹음 파일을 지우면서도 이게 잘한 짓인지, 아니면 그냥 속기사무소에 돈을 주고 편하게 끝내는 게 나았을지 여전히 판단이 서지 않는다. 아마 다음에 기회가 온다면 그땐 돈을 조금 더 쓰더라도 남의 손을 빌리지 않을까, 그런 생각만 든다.

“청년위원회 회의록 작성하다가 속기 비용에 놀랐던 날”에 대한 4개의 생각

  1. 녹취록을 다듬는 과정에서 주관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 특히 와닿네요. 제가 경험해보니, AI가 완벽하지 않기에 수정하는 과정 자체가 결국 인위적인 해석이 되는 것 같아요.

    응답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