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상담을 받으러 갔던 날의 기억
얼마 전에 사업 계획서를 대충 들고 근처 은행에 다녀왔다. 사실 거창하게 사업 계획서라고 할 것도 없고, 그냥 대략적으로 계산해본 엑셀 파일 몇 장이 전부였다. 1인 소자본 창업이라는 게 말은 쉽지, 막상 돈이 얼마나 필요한지 따져보니 생각보다 숫자가 커져서 당황스러웠다. 프랜차이즈 창업 대출 정보를 좀 찾아보고 갔는데, 막상 상담 창구에 앉으니 내가 준비한 자료가 너무 빈약해 보였다. 은행 직원은 친절했지만, 눈빛은 이미 ‘이게 과연 수익성이 있을까’ 하는 의구심으로 가득 차 있는 것 같았다. 1억 원 정도를 대출받고 싶다고 말했을 때, 창구 너머로 흐르던 그 묘한 정적이 아직도 기억난다.
프랜차이즈와 개인 창업 사이의 고민
솔직히 고민이 많았다. ‘이태리양조장’ 같은 잘 알려진 프랜차이즈를 선택하면 초기 비용은 많이 들어도 시스템은 어느 정도 잡혀 있으니까 마음은 편할 것 같았다. 물류 전용 카드나 대출 결제 시스템이 이미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반면에 내 이름을 걸고 이탈리아 레스토랑을 하나 차려볼까 하는 무모한 생각도 들었다. 재료 수급부터 인테리어까지 다 발품 팔아 돌아다니면 비용은 좀 아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게 더 큰 돈이 들어갔을지도 모른다. 신한은행이나 기업은행 같은 곳에서 진행하는 프랜차이즈 지원 패키지를 보면, 왜 다들 그렇게 프랜차이즈로 몰리는지 조금은 이해가 가기도 했다.
카드 매출 대출이 정말로 도움이 될까
주변에서는 카드 매출 대출을 받으면 당장 운영 자금 회전은 잘 될 거라고 했다. 실제로 요즘 식당들을 보면 테이블 오더부터 결제까지 시스템이 정말 잘 되어 있더라. 하지만 이게 결국 다 빚이라는 사실이 가끔 숨을 턱턱 막히게 한다. 예전에 어디선가 족발 프랜차이즈로 성공했다는 사장님 이야기를 본 적이 있는데, 그분은 정말 전 재산을 다 털어서 시작했다고 했다. 나처럼 이렇게 대출 창구 앞에서 쭈뼛거리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절박함이었을 텐데, 과연 나는 그만큼의 각오가 되어 있는 건지 스스로 물어보게 되었다. 37살이라는 나이가 적다면 적고 많다면 많은데, 이제 와서 이런 모험을 하는 게 맞는 건지 상담받는 내내 딴생각을 했던 것 같다.
서류 뭉치 속에서 길을 잃다
은행에서 요구하는 서류가 왜 이렇게 많은지 모르겠다. 단순히 신용등급이 좋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었다. 사업장의 위치, 예상 매출, 심지어는 나 같은 초보 사업자가 장사를 오래 버틸 수 있을지에 대한 평가까지 받게 된다. 1억 원이라는 돈이 큰돈인 건 알지만, 인테리어 조금 하고 주방 기기 몇 개 들이면 금방 사라질 액수다. 상담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편의점에서 캔커피 하나를 사 마셨는데, 그 1,500원짜리 커피가 왜 그렇게 비싸게 느껴졌는지 모르겠다. 대출이라는 게 결국 남의 돈으로 내 사업을 하는 거니까, 매달 나갈 이자를 생각하면 벌써부터 어깨가 무겁다.
지금도 여전히 알 수 없는 미래
결국 대출 신청 절차는 시작했지만, 마음 한구석은 여전히 불안하다. 프랜차이즈 박람회도 몇 번 가봤는데, 거기서는 다들 금방이라도 성공할 수 있을 것처럼 말하더라.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걸 나도 조금은 알고 있다. 오늘 점심때도 혼자 앉아서 내가 만들 메뉴판을 끄적거려 봤는데, 이게 진짜 돈이 될지 아니면 그냥 재미있는 경험으로 끝날지 모르겠다. 다음 주에 은행에서 연락이 오기로 했는데, 막상 대출이 승인되어 통장에 돈이 찍히면 그때는 좀 실감이 나려나 싶다. 그전까지는 계속 이 찝찝하고 설레는 기분이 반복될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