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 하나 덜 가져가서 은행 앞에서 발만 동동 굴렀다
며칠 전부터 마음을 먹고 있었다. 작년에 웹퍼블리싱 일을 프리랜서로 시작하면서 꽤 고생했는데, 올해는 조금 더 안정적으로 운영해보고 싶어서 정부지원 정책자금을 좀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냥 인터넷에서 이것저것 검색하는 건 한계가 있어서 직접 은행에 가서 물어보는 게 빠를 것 같았다. 연차까지 쓰고 아침 일찍 나섰는데, 하필이면 신분증이랑 같이 챙겨야 할 사업자등록증명원 사본을 집에 두고 온 거다. 근처 무인 민원 발급기가 어디 있는지 한참을 헤매다가 겨우 떼서 은행 번호표를 뽑았다. 이미 대기 인원이 15명. 오전 시간을 통째로 날릴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정책자금 상담은 생각보다 복잡했다
드디어 내 차례가 되어 창구에 앉았다. 사실 정부 지원 사업이라는 게 말은 거창하지만, 막상 현장에서 물어보면 ‘지금 해당되는 게 거의 없다’는 대답을 듣기 일쑤다. 창구 직원이 태블릿을 두드리며 내 소득 구간이랑 사업 기간을 확인하는데, 생각보다 깐깐했다. 작년에 수입이 들쭉날쭉했던 게 문제였다. 소득 검증이 생각보다 훨씬 까다로워서, 국세청에 신고된 매출이랑 내가 실제로 손에 쥔 돈의 차이를 설명하느라 진땀을 뺐다. 청년미래적금 같은 상품도 예전에 신청해볼까 했었는데, 부모님께 용돈을 받거나 현금으로 일부 수당을 처리했던 기록들 때문에 전산상으로는 딱 잘라 말하기 애매한 상황들이 생긴다는 게 참 번거로웠다.
개인사업자 대출 이율의 벽
옆 동네 은행으로 넘어가서 다른 담당자를 만났다. 이번엔 좀 더 희망적인 이야기를 듣고 싶었는데, 현실은 역시나였다. 정책자금은 수요가 많아서 이미 올 상반기 배정이 거의 끝났다는 식이었다. 대신 일반 개인사업자 신용대출을 권하는데, 이율이… 정말 눈물이 났다. 지금 당장 일거리가 조금 줄어든 상황에서 이 이자를 감당할 수 있을까 싶어 선뜻 도장을 찍을 수가 없었다. 은행 직원은 요즘 다들 이 정도 이율은 감안하고 자금을 확보한다고 하는데, 그 말이 나를 안심시키기보다는 오히려 더 막막하게 만들었다. 스마트상점 지원 같은 것도 고민했지만, 당장 가게를 운영하는 형태가 아니라 재택으로 일하는 입장에서는 해당 사항이 없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폐교 활용 같은 이야기가 멀게 느껴질 때
뉴스를 보면 폐교를 활용해서 청년 창업 공간을 만들거나, 지방정부랑 교육청이 협력해서 예산을 지원한다는 소식이 자주 들린다. 좋은 취지인 건 알겠는데, 막상 이렇게 서울에서 혼자 웹 퍼블리싱 일을 하거나 프리랜서로 살아가는 입장에서는 ‘나랑은 아무 상관 없는 일’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지역 활성화나 큰 규모의 사업들은 기사로는 멋있어 보이는데, 당장 다음 달 카드값을 걱정해야 하는 내 상황에서는 그 정책들이 공중에 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거창한 공모 사업보다 그냥 소소하게 대출 금리 조금 낮춰주고, 세금 신고할 때 가산세 걱정 덜어주는 그런 실질적인 게 더 절실한데 말이다.
결국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길
오후 3시가 넘어서야 은행을 다 빠져나왔다. 손에는 팸플릿 몇 장이랑 은행 명함만 들려 있었다. 특별히 대단한 대출을 받은 것도 아니고, 지원 자격이 확실한 사업을 찾은 것도 아니다. 오히려 ‘내가 준비가 덜 되었구나’라는 생각만 더 무거워져서 돌아왔다. 집에 돌아와서 다시 노트북을 켜고 모니터를 보는데, 오전 내내 돌아다녔던 게 무색하게 일은 그대로 쌓여 있었다. 정부 지원 사업이라는 게 혜택을 주는 게 맞긴 한데, 그 혜택이라는 문턱을 넘기 위해서 쏟아야 하는 시간과 에너지가 때로는 그 가치만큼이나 큰 것 같기도 하다. 내일은 다시 코딩이나 해야지. 대출 이율 걱정은 조금 뒤로 미뤄두기로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