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 문을 열지 않아도 돈이 들어온다는 말의 함정
얼마 전 집 근처에 있던 작은 문구점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무인 아이스크림 매장이 들어섰다. 예전 같으면 그냥 지나쳤을 텐데, 요즘 부쩍 ‘소자본 1인 창업’이나 ‘무인 시스템’에 관심이 생기다 보니 자꾸 눈길이 갔다. 밤늦게 집에 돌아오는 길에 들러봤는데, 좁은 공간에 냉동고 몇 개가 덩그러니 놓여있고 키오스크 하나가 전부였다. 솔직히 처음에는 솔깃했다. 24시간 내내 사람이 없어도 알아서 장사가 돌아간다니, 직장 다니면서 부업으로 하기 딱 좋아 보였으니까. 그런데 막상 들어가서 찬찬히 둘러보니 생각보다 신경 써야 할 게 너무 많아 보였다. 물건 채워 넣는 것부터 시작해서, 바닥에 떨어진 쓰레기, 냉동고 문 제대로 안 닫혀서 녹아버린 아이스크림까지. 누군가는 이걸 ‘시스템’이라 부르겠지만, 내가 보기엔 그냥 몸으로 때우는 일이 더 많아 보였다.
같은 동네에 너무 많이 생긴 똑같은 가게들
서울 거리 걸어 다니다 보면 한 집 건너 한 집이 카페 아니면 무인 매장이다. 어떨 때는 골목 하나에 똑같은 브랜드 아이스크림 가게가 두 개나 붙어 있는 걸 보고 헛웃음이 나왔다. 이러면 서로 제 살 깎아먹기 아닌가? 프랜차이즈 본사 입장에서야 가맹점만 늘리면 그만이라지만, 막상 그 안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은 무슨 죄인가 싶다. 우리 동네만 해도 얼마 전엔 건너편에 또 다른 무인 점포가 들어섰다. 500원짜리 하나 팔아서 얼마나 남는다고, 그렇게 다닥다닥 붙어서들 장사를 하는지 모르겠다. 예전에 뉴스에서 비슷한 업종이 몰려있는 현상을 본 적 있는데, 실제로 겪어보니 이건 경쟁이라기보다 그냥 누가 더 빨리 지치나 내기하는 것 같았다.
1천만 원 남짓으로 시작할 수 있다는 유혹
창업 박람회 같은 곳을 가보면 대출 상담부터 수익률 분석까지 정말 그럴듯하게 설명해 준다. 가끔은 나도 혹해서 상담을 받아볼까 고민도 했다. 특히 요즘 청년창업센터 같은 곳에서 지원 사업 안내가 나오면 괜히 들뜨기도 한다. 그런데 막상 계산기를 두드려보면 월세, 전기료, 그리고 매달 나가는 로열티까지 제하고 나면 남는 게 있긴 한 건가 싶다. 초기 비용이 몇천만 원이라고 해도 사실 인테리어 비용이나 집기 대여료를 빼면 내가 쥐는 건 정말 소액이다. 어차피 남들 다 하는 건데, 지금 들어가서 뒷북치는 건 아닌가 싶은 생각에 매번 입구에서 망설이다 발길을 돌린다. 주변 사람들은 ‘그래도 무인인데 편하지 않겠냐’고 하지만, 실제로 키오스크 앞에서 결제 오류로 짜증 내는 손님들을 보고 나니 무인이라는 게 진짜로 ‘편한’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장사가 운에 달린 거라면 더 무섭다
최근에 남편이 신발 가게를 차리는 꿈을 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보통 사업운이 흔들릴 때 이런 꿈을 꾼다는데, 사실 요즘 자영업 돌아가는 꼴을 보면 운에 기대야 할 만큼 상황이 안 좋긴 하다. 단순히 유행하는 업종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뭔가 확실한 게 있어야 할 텐데 그런 건 눈에 보이지도 않는다. 다들 AI 수혜주다 뭐다 해서 주식 시장은 들썩거린다는데, 정작 내 현실은 아이스크림 냉동고 전기세 걱정이나 하고 있으니 이게 맞나 싶다. 요즘 뜨는 업종이라고 해서 따라 들어갔다가 몇 달 못 버티고 폐업하는 경우를 너무 많이 봤다. 남들이 다 한다는 이유로, 혹은 지금 당장 뭔가 해야 할 것 같다는 불안감에 시작하기엔 리스크가 너무 크다.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들
결국 나는 오늘도 아무것도 시작하지 못했다. 무인 창업이 대단한 기술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특별한 노하우가 생기는 것도 아니다. 그저 매일 아침 재고 확인하고, 청소하고, 진상 손님 민원 처리하는 게 전부일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이걸로 돈을 벌었다고 자랑하겠지만, 내가 봤을 땐 그냥 매달 월세 내고 카드 수수료 내느라 바쁜 것처럼 보였다. 내일도 아마 퇴근길에 그 가게 앞을 지나치겠지. 그 안에서 누가 어떤 고민을 하며 물건을 정리하고 있을지 생각하면 마음이 편치 않다. 이게 진짜 나의 길인지, 아니면 그냥 막연한 기대감이었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남들처럼 그냥 회사나 묵묵히 다닐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드는 밤이다.

냉동고 문이 제대로 닫히지 않아서 녹아버린 아이스크림을 보니까, 정말 시스템이 효율적이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무인 가게는 확실히 운영 비용 관리가 쉽겠지만, 고객 응대 없는 불편함이 늘어나는 것 같아 걱정되네요.
냉동고에 아이스크림 녹는 모습이 사진으로만 보던 것보다 훨씬 심각하더라고요. 요즘 모든 게 효율을 최우선으로 하니까, 사람을 덜 쓴다는 느낌이 오히려 더 안타깝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