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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창업지원센터 사업설명회에 갔다가 생각보다 지루했던 기억

설레는 마음으로 찾아간 창업지원센터

얼마 전 집 근처 청년창업지원센터에서 열린다는 사업설명회 소식을 듣고 덜컥 신청을 했다. 사실 거창한 창업 아이템이 있는 건 아니었다. 그냥 요즘 회사 다니는 게 슬슬 지겨워지기도 하고, 나중에 퇴사하고 나면 내 사업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불안감이 나를 움직였던 것 같다. 지원센터는 집에서 버스로 20분 정도 거리였는데, 건물 1층 로비부터 뭔가 묘한 긴장감이 돌았다. 나처럼 양복을 입거나 정갈하게 차려입은 사람들이 꽤 많이 보였다. 다들 눈빛이 어찌나 진지한지, 괜히 나만 빈손으로 온 게 아닌가 싶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낡은 회의실에서 시작된 지루한 브리핑

회의실에 들어서니 생각보다 공간이 좁고 덥답했다. 에어컨은 돌고 있었지만 사람이 꽉 차서 그런지 공기가 아주 무거웠다. 앞에 서 계신 담당자분은 마이크를 잡고 열심히 설명을 시작했는데, PPT 화면은 글씨가 너무 작아서 맨 앞줄에 앉은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내용을 제대로 읽기가 힘들어 보였다. ‘여성창업지원금’이나 ‘창업자금’ 같은 단어들이 나올 때마다 다들 일제히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거나 메모를 하긴 했지만, 사실 나 같은 초보에게는 너무 추상적인 이야기들뿐이었다. 이미 비슷한 지원사업을 몇 번 경험해 본 듯한 사람들이 중간중간 질문을 던졌는데, 내용이 너무 전문적이라 나중에는 무슨 말을 하는 건지조차 이해가 안 가기 시작했다.

서류 뭉치 속에서 길을 잃다

입구에서 나눠준 설명회 자료집을 훑어보는데, 이게 정말 사업 안내서인지 법전인지 헷갈릴 지경이었다. 지원 자격이며 제출해야 할 서류 목록들이 끝도 없이 이어졌다. 창업을 하려면 사업계획서라는 걸 써야 한다는데, 그 양식만 해도 몇십 페이지가 넘는 것 같았다. 갑자기 ‘내가 이걸 정말 할 수 있을까’ 하는 회의감이 밀려왔다. 옆자리에 앉은 분은 진지하게 노트북에 뭘 받아 적고 있었는데, 나는 그 모습이 왠지 모르게 좀 낯설게 느껴졌다. 결국 중간에 핸드폰을 켜서 다른 걸 좀 볼까 하다가도 눈치가 보여서 괜히 자료집 뒷면만 끄적거리며 시간을 보냈다.

근처 카페에서 쓴 쓴 커피와 남은 물음표

설명회가 끝나고 로비를 빠져나오는데 왠지 모를 허탈감이 몰려왔다. 결국은 나 같은 사람이 뚫고 들어가기엔 진입 장벽이 너무 높은 세계가 아닌가 싶었다. 센터 바로 앞에 있는 카페에 들어가 아메리카노 한 잔을 시켰는데, 그게 거의 5,500원이었다. 비싼 커피를 마시면서 아까 들었던 지원금 조건들을 머릿속으로 다시 계산해봤다. 내 아이디어는 지원 조건에 맞는 걸까, 아니면 그냥 시간 낭비를 한 걸까. 사실 지금 당장 뭔가를 결정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설명회 내내 느꼈던 그 막막함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창업이라는 게 그냥 아이디어 하나로 되는 게 아니라, 이런 복잡한 행정 절차를 견뎌내는 과정 자체가 포함되어 있다는 걸 오늘 처음 체감한 기분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의 묘한 거리감

버스를 기다리며 다시 센터 건물을 올려다봤다. 불이 켜진 회의실에서는 여전히 누군가 열띤 토론을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저들은 대체 무슨 확신을 가지고 저런 서류 더미 속에 파묻혀 있는 걸까. 나는 그냥 평범한 직장인으로 남는 게 차라리 마음 편한 게 아닐까 싶다가도, 또 한편으로는 저런 정보조차 모르는 것보다는 나았겠지 싶기도 하고. 마음이 참 갈팡질팡한다. 사실 설명회 내용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사업 내용도, 지원 금액도 아니라 마지막에 담당자가 했던 ‘서류 미비 시 탈락’이라는 말이 전부였다. 집에 가는 길에 지하철역 계단을 오르면서도 계속 그 생각만 맴돌았다. 다음에는 또 다른 곳에서 비슷한 설명회가 열린다면 굳이 다시 가지는 않을 것 같다. 그냥 한 번 직접 가서 공기를 마셔본 것만으로도 일단은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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