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며칠 동안 노트북을 켜놓고 알바몬이랑 사람인을 왔다 갔다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처음에는 단순히 제주도 쪽 단기 아르바이트라도 찾아볼까 싶어 검색을 시작했는데, 막상 공고를 보다 보니 점점 다른 공고들로 눈길이 가게 되더라. 사실 예전에는 공고만 보면 대충 분위기가 파악됐던 것 같은데, 요즘은 채용 공고 형식이 왜 이렇게 다 비슷하고 딱딱하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설계 매니저 같은 직무는 공고만 봐서는 실제로 어떤 환경에서 일을 하는 건지 도무지 감이 안 잡힌다. 특히 SK이노베이션 채용이나 한국전력기술 채용 같은 굵직한 공고들을 구경하다 보면, 이게 정말 내가 지원할 수 있는 자리인지 아니면 그냥 구경만 하라는 건지 헷갈릴 때가 있다. 물론 내 역량이 부족한 게 제일 큰 문제겠지만, 공고문 구석에 적힌 빽빽한 자격 요건을 읽고 있으면 괜히 마음만 무거워진다.
구인 사이트에서 느낀 기묘한 피로감
분명히 예전에는 구직 사이트가 단순히 정보를 얻는 곳이었는데, 요즘은 뉴스 기사에서 보던 것처럼 이상한 사건 사고들도 엮여 있어서 더 신경이 쓰인다. 가짜 컨설팅 회사들이 링크드인이나 업워크 같은 곳에 가짜 공고를 올려서 정보를 빼간다는 기사를 봤던 게 기억나서, 이제는 공고를 볼 때마다 ‘혹시 여기도 가짜 아니야?’라는 엉뚱한 의심부터 하게 된다. 10년 전쯤인가, 처음 구직 사이트를 썼을 때는 이런 걱정 같은 건 아예 안 했던 것 같은데 말이다. 플랫폼 노동이나 긱워커가 늘어나면서 KB국민은행에서 체불 방지 서비스 같은 걸 내놓는다는 소식을 보면 세상이 참 복잡해졌다는 생각도 든다. 예전엔 그냥 이력서 넣고 면접 보러 가면 그만이었던 것 같은데, 이제는 임금 체불이나 부당한 요구 같은 것까지 걱정해야 하는 시대인 건지.
SKCT 인성검사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주변 친구들은 대기업 공채 준비하면서 SKCT 인성검사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더라. 나도 한 번쯤은 이런 대규모 공채에 도전해봐야 하나 싶어서 찾아봤는데, 인성검사 문항을 보다 보니 이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기도 하고. 어차피 회사에서 원하는 답을 골라내는 게임인 것 같아서 말이다. 사실 넥슨 같은 곳의 연봉이나 처우가 좋다는 이야기는 들리지만, 막상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일상은 어떨지 궁금해도 구인 사이트에는 그런 ‘진짜’ 정보는 없다. 그저 화려한 복지랑 직무 설명만 가득할 뿐. 나는 가끔 그냥 사무실에서 조용히 일하고 싶은데, 그런 일자리를 찾는 게 생각보다 어렵다. 요즘은 노인 일자리부터 청년 채용까지 워낙 카테고리가 다양하게 나뉘어 있다 보니, 나에게 맞는 구역을 찾는 것 자체가 또 다른 공부처럼 느껴진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길을 잃다
어제는 결국 아무 데도 지원하지 못하고 노트북을 덮었다. 그냥 시간만 보낸 것 같아서 속이 조금 쓰리다. 구인 사이트에는 수많은 공고가 떠 있지만, 정작 나를 부르는 곳은 없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차라리 발품이라도 팔아서 직접 찾아가면 좋겠는데, 요즘은 다들 온라인으로 지원하라고 하니 그것도 쉽지 않다. 사실 50만 원, 100만 원 하는 사소한 알바 자리 하나 찾는 것도 이 정도로 기운이 빠지는데, 정규직 자리를 노리는 사람들은 얼마나 더 힘들까 싶기도 하고. 공고 사이트를 수시로 새로고침하는 행위 자체가 그냥 불안감을 잠재우기 위한 일종의 의식 같은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럼에도 다시 새로고침을 누르는 이유
오늘도 또 구인 사이트에 들어가서 새로고침 버튼을 눌렀다. 혹시나 새로운 공고가 올라왔을까 봐, 혹은 내가 어제 놓친 괜찮은 기회가 있었을까 봐. 딱히 크게 기대하는 건 아닌데, 습관처럼 들어가는 것 같다. 어쩌면 나도 내가 어디로 가고 싶은지 스스로 잘 모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냥 어디라도 빨리 결정이 났으면 좋겠는데, 그렇다고 아무 데나 덥석 물기에는 세상이 또 너무 무섭기도 하고. 가짜 공고니 뭐니 하는 뉴스들이 머릿속에 박혀 있어서 그런지, 이제는 공고를 봐도 순수하게 반갑지가 않다. 내일은 좀 더 냉정하게 따져보고 지원을 할지, 아니면 그냥 조금 쉬어갈지 결정을 내려야겠다. 사실 지금 당장은 아무것도 결정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더 큰 것 같기도 하다.

설계 매니저 공고 보면서도 진짜 설계 업무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해서 계속 검색하게 되네요. 생각보다 정보가 부족해서 좀 답답하더라고요.
링크드인에서 가짜 공고 기사 봤는데, 공고 볼 때마다 의심부터 하게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