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션 청소라는 게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가더라
지인이 운영하는 펜션에 일손이 부족하다고 해서 얼떨결에 며칠 돕게 되었다. 처음에는 그냥 슥슥 닦고 이불만 털면 끝나는 일인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현장에 가보니 이게 보통 일이 아니었다. 펜션이 청주 근교에 있는데, 주말마다 손님이 몰리고 퇴실 시간인 11시부터 다음 팀이 들어오는 3시까지, 그 4시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모든 걸 끝내야 한다. 방이 5개 정도 되는데, 침대 시트 가는 것부터 화장실 물때 제거까지 하려니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특히 화장실 타일 사이사이에 낀 물때는 일반 세제로는 택도 없어서 결국 락스를 썼는데, 그 냄새 때문에 머리가 좀 아팠다.
자착식 방수시트 붙이던 날의 기억
펜션 테라스 쪽 바닥이 자꾸 젖어 들어와서 임시방편으로 자착식 방수시트를 사서 직접 붙여봤다. 인터넷에서 찾아보고 샀는데 가격대가 꽤 나갔다. 한 롤에 6만 원 정도 했나. 막상 붙이려고 보니 생각보다 접착력이 너무 좋아서 한 번 잘못 붙이면 떼어내기가 정말 힘들었다. 유튜브나 블로그에서 볼 때는 그냥 슥 붙이면 되는 것처럼 보였는데, 막상 해보니 기포가 안 생기게 밀착시키는 게 기술이었다. 나중에 보니까 한쪽 끝이 살짝 울었는데, 다시 떼어내려다 포기했다. 그냥 그 위에 스틸타일 같은 걸로 살짝 가려볼까 생각 중이다. 이런 걸 전문 업체에 맡기면 얼마가 나올지 궁금하긴 한데, 그냥 내 손으로 대충 메우는 게 지금은 정신 건강에 좋을 것 같다.
중장년 일자리라는 현실적인 단어들
요즘 뉴스를 보면 중장년 일자리나 재취업 컨설팅 같은 말이 참 많이 나온다. 근데 사실 현장에서 몸으로 때우는 일을 해보면 그런 정책적인 단어들이랑은 좀 거리가 느껴진다. 나도 한때는 사무실에서 일했는데, 지금 이렇게 펜션에서 땀 흘리며 일하고 있으니 기분이 묘하다. 나이 들어서 다시 새로운 일을 배운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 특히 요즘은 PVD 코팅이니 뭐니 하는 전문 기술이나 인공지능이 어쩌고 하는 이야기도 많은데, 당장 내 앞의 이불 개는 속도를 어떻게 올릴지 고민하는 게 더 현실적이다. 챗GPT한테 일 잘하는 법을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이고 말이다.
생각보다 더딘 내 몸의 적응력
첫날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니 온몸이 두들겨 맞은 것처럼 아팠다. 40대 중반이 되니 확실히 체력이 예전 같지 않다. 펜션 사장님은 “하다 보면 익숙해져요”라고 웃으며 말하는데, 그 ‘익숙해짐’이라는 게 단순히 요령이 생기는 걸까, 아니면 그냥 내 몸이 노동에 포기하는 걸까. 며칠 하다 보니 요령은 좀 생겼다. 청소기를 돌릴 때도 동선을 효율적으로 짜게 되고, 걸레질도 한 번에 싹 끝내는 방식이 몸에 배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게 내 미래에 도움이 될지, 아니면 그냥 잠깐 거쳐 가는 과정일지 잘 모르겠다. 사실 미래를 설계하기보다는 당장 내일 예약 잡힌 손님들을 어떻게 맞이할지가 더 급하다.
펜션 청소의 끝은 보이지 않고
어느 날은 날씨가 너무 좋아서 바깥 테라스를 열심히 닦았는데, 그러다 보니 정작 중요한 주방 기름때를 놓친 적이 있었다. 지인은 별말 안 했지만, 스스로 너무 창피해서 다음 날 일찍 가서 다시 닦았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내 성격에 찜찜한 건 못 참는 것 같다. 이런 성격이 사회생활 할 때는 참 피곤했는데, 여기서도 별반 다르지 않다. 중장년 취업 사이트를 보면 상담이나 교육 정보는 많은데, 정작 이런 식의 일은 어디서 정보를 얻어야 하는지 좀 막막하다. 그냥 주변 지인 소개로 들어오는 게 제일 빠른 것 같기도 하고. 귀어귀촌이니 뭐니 하는 거창한 꿈보다는, 당장 내일 퇴실한 방이 깨끗할까 하는 걱정이 훨씬 크다. 며칠 뒤면 이 알바도 끝날 텐데, 그다음엔 또 뭘 하게 될지 아직 정해둔 건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