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 접수 사이트에서 길을 잃다
며칠 전부터 미뤄뒀던 청년 취업 지원 정책을 신청하려고 노트북 앞에 앉았다. 사실 뭐 거창한 걸 바란 건 아니었다. 그저 작게나마 도움이 될까 싶어 찾아본 거였는데, 시작부터 느낌이 좋지 않았다. 정부에서 운영하는 사이트들은 왜 하나같이 다들 로그인 한 번 하기가 이렇게 힘든 건지 모르겠다. 보안 프로그램 세 개를 설치하고 나서야 겨우 본인 인증 창이 떴는데, 그 과정에서만 벌써 20분을 넘게 썼다. 예전에 대외활동 지원할 때도 이랬던 것 같은데, 그때보다 나아지기는커녕 오히려 더 복잡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창을 닫았다가 다시 열기를 몇 번 반복하니 슬슬 짜증이 올라왔다. 이게 뭐라고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어서 창문을 열고 담배를 한 대 피울까 고민하다가 그냥 말았다.
무엇을 위한 온보딩인가
겨우겨우 접속해서 정책 내용을 읽어보는데, ‘온보딩’이라는 단어가 눈에 띄었다. 요즘 회사 신입사원 교육에서도 많이 쓴다던데 여기서도 이런 용어를 쓰는구나 싶어 조금 낯설었다. 내가 찾던 건 그저 소소한 취업 지원금이나 교육 기회 같은 거였는데, 설명글은 지나치게 거창했다. 민선 9기 어쩌고 하는 보고서 형식의 글들이 잔뜩 섞여 있어서 도대체 내가 대상자인지 아닌지조차 파악하기가 어려웠다. 대략 300만 원 정도의 지원 혜택이 있다고 들었는데, 막상 들어가서 세부 요건을 보니 내 상황과는 미묘하게 안 맞는 부분이 많았다. 보훈 대상자나 특정 지역 거주자 중심인 경우가 많아서, 서울 한복판에 사는 나 같은 사람은 그냥 애매한 사각지대에 놓인 기분이었다.
행정 시스템의 기묘한 불친절함
어떤 정책은 신청 기간이 이미 지난달로 끝났는데도 메인 화면에 떡하니 공지되어 있었다. 나 같은 사람이 눌러보고 허탈해하라는 건지, 아니면 담당자가 업데이트를 안 한 건지 모르겠다. 차라리 구청 홈페이지에 직접 전화를 해볼까 싶었지만, 연결될 리가 만무하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 예전에 건강보험 문제로 한번 전화했다가 40분을 대기했던 기억이 뇌리를 스쳤다. 그 시간에 차라리 자기소개서 한 줄 더 적는 게 낫겠다는 생각에 씁쓸해졌다. 정책이라는 게 결국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건지, 시스템을 유지하는 관리자를 위한 건지 아니면 정말 나 같은 청년을 위한 건지 의문이 들었다.
5극3특이라는 어려운 단어들
뉴스나 보도자료에 나오는 ‘5극3특’이니 ‘국가균형성장’이니 하는 단어들은 나와는 정말 거리가 먼 이야기처럼 들린다. 물론 거시적으로 보면 중요하겠지만, 당장 내일 면접 준비를 해야 하는 청년에게는 너무 추상적이다. 크래프톤 같은 큰 기업들이 하는 ESG 경영 소식도 봤는데, 그런 대기업들이 하는 건 뭔가 있어 보이는데 정작 내가 누릴 수 있는 정책들은 왜 이렇게 다 파편화되어 있는 걸까. 특정 지역으로 이사하면 지원을 더 많이 해준다는 식의 정책도 있었는데, 지금 당장 생업이 여기서 묶여 있는 사람에게는 그림의 떡이나 다름없었다.
결국은 혼자 해결해야 하는 숙제
결국 정책 사이트들을 다 닫고 익숙한 채용 사이트 하나를 켰다. 지원 제도가 도움이 안 된다고 말하는 건 아니지만, 그걸 찾아내서 조건에 맞게 서류를 준비하는 시간보다 차라리 기업 하나를 더 분석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왠지 모르게 허탈한 마음이 들어서 커피만 두 잔째 마셨다. 다들 이렇게 정부 정책을 챙겨 먹으며 취업하는 건지, 아니면 나만 모르는 ‘꿀팁’ 같은 게 따로 있는 건지 여전히 알 수가 없다. 다음 주에 한 번 더 들어가 보겠지만, 오늘처럼 기운이 빠지는 날에는 그냥 포기하는 게 정신 건강에 이로운 것 같다. 다들 이렇게 꾸역꾸역 살아가는 거겠지.

정부 사이트 로그인 자체부터 너무 번거로워서, 결국 채용 사이트에서 정보를 얻는 게 더 현실적인 느낌이 들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