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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농업인 지원금을 신청하러 갔다가 서류 뭉치만 잔뜩 들고 나왔다

서류 접수처에서 마주한 묘한 기분

며칠 전부터 마음을 먹고 시청 근처에 있는 농업기술센터에 다녀왔다. 친구가 농사를 지으면서 청년농업인 영농정착지원금을 받는다길래, 나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알아보기 시작한 거였다. 막연히 ‘청년 지원금’이라고 하면 무조건 돈을 덥석 주는 줄 알았는데, 막상 담당자 앞에 앉으니 그게 아니라는 걸 단번에 깨달았다. 창구에 계신 분은 나를 보더니 웃으면서도 참 건조하게 서류 목록이 적힌 종이를 건네주었다. 사실 귀농을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한 건 작년 겨울부터였는데, 이제 와서 이런 지원 제도를 하나씩 뜯어보려니 생각보다 준비할 게 너무 많아서 머리가 아팠다. 무엇보다 내가 당장 농사를 시작한다고 해서 내 삶이 드라마틱하게 변할 것 같지도 않은데, 이렇게까지 매달려서 지원금을 받아야 하나 싶은 회의감이 살짝 스쳤다.

지원금은 만능 해결사가 아니었다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영농정착지원금은 월 최대 110만 원 정도를 최장 3년까지 주는 방식이었다. 물론 적은 돈은 아니다. 생활 안정 자금으로 쓸 수 있다고는 하지만, 농기구 사고 비료 사고, 인건비까지 계산하면 이 돈은 정말 말 그대로 ‘최소한의 생존 자금’ 정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에 보면 캐피탈에서 대출받아 시작하는 사람들도 있던데, 그런 이자 부담을 생각하면 이런 정부 지원이 고맙긴 하다. 하지만 막상 내가 농업 경영체 등록을 하고, 3년 내내 의무 교육을 받고, 정기적으로 경영 상태를 보고해야 한다는 조항들을 읽으니 슬슬 겁이 나기 시작했다. 이게 지원을 받는 건지, 아니면 국가에 내 자유 시간을 담보로 잡히는 건지 헷갈리는 순간들이 있었다.

귀농의 현실과 장벽 사이의 간극

담당자가 말해준 정보 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이 지원금을 받으려면 독립 경영을 시작한 지 3년 이내여야 한다는 조건이었다. 지금 당장 모든 걸 정리하고 내려가는 게 과연 맞는 선택일까? 서울에서 자취하면서 가계 자금 쪼개 쓰는 것도 벅찬데, 농촌에 내려가서 스마트팜 시설 투자라도 하려면 빚부터 져야 한다. 시설 농업 영농 자금 거치 기간을 10년으로 늘려달라는 목소리가 현장에서 왜 나오는지 알 것 같았다. 5년은 너무 짧다. 시설을 갖추고 수익을 내기까지 최소한의 시간이 필요한데, 그 기간 내내 이자 낼 생각만 하면 잠이 안 올 것 같다. 주변에서 먼저 내려간 형은 농사짓느라 허리가 휘는데, 지원금은 한 달 버티기 용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정보만 넘쳐나고 정작 손에 잡히는 건 없던 하루

돌아오는 길에 버스 안에서 멍하니 창밖을 봤다. 농협 카드에서 고유가 지원금 신청자가 300만 명이 넘었다는 뉴스가 스마트폰 화면에 떴다. 다들 이렇게 정부 지원책 하나하나에 매달려 사는구나 싶어서 기분이 묘했다. 나 역시 별반 다르지 않았다. 청년농업인 모집 공고가 떴다는 소식 하나에 반차까지 내고 달려갔는데, 내가 얻은 건 서류 뭉치와 ‘3년간 농촌에 박혀 있어야 한다’는 무거운 의무감뿐이었다. 농촌 고령화 대응이라는 거창한 목표는 사실 내 삶과는 거리가 멀고, 당장 내 통장 잔고와 내년 계획이 더 급한 게 솔직한 심정이다.

앞으로 무엇을 결정해야 할지 모르겠다

집에 와서 서류를 식탁 위에 던져두었다. 당장 내일부터 신청 준비를 할지, 아니면 다시 원래 하던 일을 조금 더 길게 이어갈지 확실한 답이 내려지지 않았다. 주변 친구들은 뭐라도 신청해 보라고 하지만, 한 번 지원받기 시작하면 그 길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 같다는 이상한 고집이 생긴다. 아마 내일도 이 서류들을 보면서 갈팡질팡할 것 같다. 지원금이라는 게 분명 누군가에게는 구명줄이 되겠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또 다른 숙제처럼 느껴진다. 조금 더 고민해 봐야 할 문제다. 어쩌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더 안전한 선택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반대로 이번 기회를 놓치면 정말 후회할 것 같기도 해서 밤새 뒤척일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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