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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지원금 공고를 뒤지다가 결국 관둔 이야기

서류 더미에 파묻히기 시작한 첫날

작년부터였나,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청년창업지원금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거창한 사업 아이템이 있었던 건 아니다. 그냥 주변에서 누가 얼마를 지원받아서 뭘 차렸다는 소문이 들릴 때마다 나만 뒤처지는 기분이 들었을 뿐이다. 비즈니스지원단 사이트인 기업마당에 들어가 봤다. 솔직히 말하면 첫 페이지를 보는 것부터가 고역이었다. 쏟아지는 공고문들 사이에서 내가 지원할 수 있는 게 있는지 찾는 게 일이었다.

어떤 공고는 1억 원까지 지원해 준다고 적혀 있는데, 막상 사업 계획서 양식을 열어보면 머리가 하얘진다. 매출 계획, 고용 창출 효과, 시장 진입 전략 같은 단어들이 줄지어 있는데, 내가 하려던 건 고작 작은 가게 하나 여는 거였다. 이게 진짜 청년을 위한 건지, 아니면 서류 잘 쓰는 사람을 위한 건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그냥 알바나 더 뛰는 게 속 편하지 않을까 싶다가도, 지원금이라는 게 왠지 놓치면 손해 보는 기분이라 쉽사리 창을 닫지 못했다.

프랜차이즈 상담을 다녀왔던 날의 공허함

한번은 돼지갈비 체인점 설명회에 갔었다. 이름만 대면 아는 곳이었는데, 가맹비랑 인테리어 비용을 합치니 억 소리가 났다. 상담해주시는 분은 요즘 경기가 어려워도 우리 브랜드는 탄탄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내 눈에는 그 사람의 자신감보다는 벽에 걸린 높은 가맹비 리스트가 먼저 들어왔다. 창업교육센터에서 들었던 ‘무자본 창업’이라는 환상은 거기서 완전히 깨졌다. 결국 돈을 벌려면 돈이 있어야 한다는 아주 단순한 진리만 확인하고 돌아왔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지하철 역 앞에서 파는 천 원짜리 붕어빵을 사 먹었는데, 그게 왠지 내 미래처럼 느껴져서 쓴웃음이 났다. 그날 왕복 교통비로만 3,500원을 썼다.

창업교육센터의 화려한 홍보 문구들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창업 지원 프로그램에도 몇 번 기웃거려 봤다. 예비 창업자를 위한 교육 과정이 꽤 많은데, 막상 신청하려고 하면 일정이 안 맞거나 경쟁률이 높다. 어떤 곳은 교육을 다 이수해야 지원금 신청 자격을 준다고 했다. 교육 시간이 일주일에 3일, 그것도 오후 2시부터 6시까지였다. 도대체 낮에 일 안 하고 공부만 할 수 있는 청년이 얼마나 된다는 건지 이해가 안 갔다.

호남권 어디에서 하는 ICT 캠프나 농촌 융복합 어쩌구 하는 공고들도 봤는데, 다들 인재 양성이라는 말은 거창했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건 뜬구름 잡는 인재 양성이 아니라, 당장 오늘 점심값 걱정 안 하고 시작할 수 있는 작은 일이었다. 상담사분들은 친절했지만, 그 친절함이 오히려 더 거리감을 느끼게 했다. 나 같은 사람보다는 이미 사업 구조를 다 짜놓은 사람들이 혜택을 다 가져가는 것 같았다.

배달 일을 하면서 느낀 뒤늦은 깨달음

요즘은 그냥 배달 일을 조금씩 하고 있다. 몸은 고된데, 지원금 서류 쓰느라 고민하던 시간에 몸을 움직이니까 통장에 바로바로 찍히는 게 눈에 보인다. 가끔 배달하면서 프랜차이즈 식당들을 보면, 저 사장님들도 처음엔 다들 설레는 마음으로 대출받고 지원금 알아보며 시작했겠지 싶다. 징둥닷컴 창업자가 배송직 70만 명이 로봇으로 대체될 거라고 했다는데, 그럼 나는 나중에 뭘 해야 할까. 이런 생각까지 이어지면 정말 답이 없다. 그냥 오늘 저녁에 들어올 수입이나 생각하며 페달을 밟는 게 나은 건지도 모른다.

정착되지 않는 생각들

아직도 가끔 창업 공고 사이트를 새로고침한다. 습관이 참 무섭다. 어쩌면 나는 창업을 하고 싶은 게 아니라, 누군가 내 아이디어가 ‘괜찮다’고 인정해 주기를 바라는 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냉정하게 보면 지금 내가 가진 거라곤 적당한 의지와 낡은 자전거 한 대뿐이다. 1억 원을 준다고 해도 지금 당장 내가 뭘 어떻게 해야 할지 확신이 없다. 이불 세탁기나 하나 사서 무인 점포를 해볼까 싶다가도, 그것도 결국은 다 돈이다. 창업이 인생의 정답은 아니겠지만, 오답인지 정답인지도 모른 채 계속 서성거리고 있다. 오늘 저녁엔 또 어디로 배달을 가야 할지, 그것만 고민하기로 했다.

“창업지원금 공고를 뒤지다가 결국 관둔 이야기”에 대한 3개의 생각

  1. 글 읽고 공감했어요. 저도 아이디어만 생각하고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는 데 어려움을 많이 겪거든요. 작은 가게 하나를 여는 것보다, 제 시간대에 맞춰 일할 아르바이트 구하기가 더 현실적으로 느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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