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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가까운 곳에서 일하려고 인력사무소에 먼저 다녀왔다

동네 인력사무소 문을 열 때까지 꽤 망설였다

아침마다 스마트폰 앱을 켜서 아르바이트 공고를 뒤지는 게 일상이 됐다. 세종시알바라고 검색해보면 대부분이 카페나 편의점, 혹은 대형 마트 배송 분류 같은 일들이 대부분이다. 사실 처음엔 깔끔한 곳에서 일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는데, 막상 지원해도 연락이 오지 않거나 이미 마감되었다는 문자가 돌아올 뿐이었다. 그러다 문득 아빠가 예전에 인력사무소 이야기를 했던 게 떠올랐다. ‘일당이 바로 들어오니까 급할 땐 그게 낫다’던 그 말이 생각나서 동네 인근의 인력사무소를 찾아갔다. 사실 인력사무소라고 하면 뭔가 거칠고 위험할 것 같다는 막연한 편견이 있었는데, 막상 문을 열고 들어가니 그냥 평범한 사무실 풍경이었다. 나보다 훨씬 연배가 높아 보이는 분들이 이미 대기하고 있었고, 나는 쭈뼛거리며 구석에 앉아 내 차례를 기다렸다.

생전 처음 보는 현장 용어들 사이에서

담당하시는 분이 나를 보더니 ‘젊은 친구가 왜 왔어?’라고 물으셨다. 그냥 일 좀 하러 왔다고 짧게 대답하고 나니, 그분이 대뜸 무슨 장비가 있냐고 물었다. 안전화는 있는지, 작업복은 있는지. 당연히 없었다. 현장 일을 한 번도 안 해본 티가 너무 났는지 그분은 살짝 한숨을 쉬면서 내일부터 나오려면 근처 공구상가에서 안전화를 사서 오라고 하셨다. 약 5만원에서 7만원 정도면 괜찮은 걸 산다는데, 당장 내일 일당을 받기도 전에 안전화부터 사야 한다는 게 조금 아이러니했다. 현장 분위기나 용어 같은 걸 하나도 모르는 상태에서 무작정 몸부터 쓰겠다는 게 맞나 싶기도 했다. 외주나라나 부업사이트에서 그림 외주를 구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세계 같았다. 온라인상에서 구하는 일들은 주로 기다림의 미학이라면, 여기는 그냥 눈앞에서 바로 결정되는 느낌이다.

땀 흘린 만큼 가져간다는 단순함에 대하여

실제로 첫 현장에 나갔던 날은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아파트 건설 현장 보조였는데, 하루 8시간 정도 일하고 나니 몸이 천근만근이었다. 중간에 쉬는 시간에 마셨던 믹스커피 맛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천안배달맛집을 찾아다니며 맛있는 걸 먹는 것보다 훨씬 보람찬 맛이었다고 하면 좀 이상하게 들릴까? 그런데 일당을 손에 쥐고 돌아오는데, 세금을 떼고 나니 생각보다 액수가 적었다. 한 달 내내 이렇게 나간다면 몸이 버틸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차라리 집부업을 알아보거나 그림 판매 사이트라도 제대로 파보는 게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내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내가 구하던 일이 무엇이었는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어느 날은 땀 흘려 일하는 게 정직해서 좋다가도, 또 어느 날은 하루 종일 흙먼지 마시며 일하는 게 내 미래와 연결되어 있는 건가 싶어 마음이 공허했다. 사실 나는 디자이너 쪽으로 취업하고 싶어서 준비 중이었는데, 상황이 안 풀리니 자꾸 몸 쓰는 쪽으로 눈을 돌리게 된다. 이런 청년지원사업들이나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도 찾아봤지만, 막상 신청하려고 하면 자격 요건이 묘하게 맞지 않을 때가 많다. 에어컨 설치 보조나 기술직 쪽 학원을 다녀볼까 생각도 했지만, 학원비가 만만치 않아서 결국 다시 인력사무소 명함을 만지작거리게 된다. 아르바이트라는 게 단순히 돈을 버는 수단인데, 왜 이렇게 복잡하고 마음이 무거운지 모르겠다.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숙제 같은 마음

결국 인력사무소에 몇 번 더 나가면서 나는 스스로와 타협했다. 그냥 몸이라도 건강하게 움직이자, 정 안되면 기술이라도 배우자. 그런데도 가끔 밤에 누우면 ‘내가 지금 제대로 하고 있는 건가’ 하는 의문이 든다. 어제는 친구가 올린 SNS 게시물을 보다가 그만 휴대폰을 엎어버렸다. 누구는 벌써 대기업 인턴을 나갔다는데, 나는 오늘 하루 흙먼지 털어내며 일당 챙긴 것에 안도하고 있는 게 조금 처량해서였다. 27년 전 사건 같은 건 뉴스에서나 봤지, 당장 내 앞가림도 하기 힘든 세상에서 내가 누구를 탓할 수도 없다는 게 제일 답답하다. 내일은 또 다른 현장에 나간다. 안전화 끈을 꽉 조여 매고 나면 생각이 조금 덜 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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