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미소금융이라는 걸 들었을 때, 뭔가 정부에서 청년들 기 살려주려고 좋은 취지로 만든 건가 싶었다. 안 그래도 뭐라도 한번 해볼까 기웃거리던 참이었는데, 운영자금을 빌려준다고 하니 솔깃할 수밖에. 주변에 사업하는 친구들이 “정부 지원금” 이런 얘기할 때마다 복잡하다고만 들었는데, 이건 좀 다를까 싶었다. 이름부터 ‘미소’라니, 좀 더 친근한 느낌이랄까.
생각보다 친절하지 않던 첫 발걸음
지하철 타고 시청 근처에 있는 서민금융진흥원이라고 쓰인 곳에 처음 찾아갔었다. 입구부터 뭔가 좀 딱딱한 분위기였다. 대출 창구랑 비슷하다고 해야 하나. 안내데스크에 미소금융 상담받으러 왔다고 하니 번호표를 뽑아주고 기다리라고 하더라. 한 삼십분 기다렸나? 내 차례가 돼서 상담원 앞에 앉으니, 서류 목록을 주면서 이거 다 준비해오라고 하는데 머리가 하얘지는 기분이었다. 사업계획서? 사업자등록증도 없는데 무슨 사업계획서? 처음부터 너무 막막한 거다. 그때는 그냥 ‘청년’이라는 이름 붙어있으면 왠지 다 쉽게 해줄 것 같았는데, 현실은 역시 서류 싸움이었다. 뭐 하도 복잡해서 중간에 ‘에이, 그냥 말까’ 하는 생각이 몇 번이나 들었다. 온라인으로도 뭘 신청할 수 있다고는 했는데, 결국은 오프라인 방문해야 하는 부분이 많았다.
뭘 그렇게 자세히 물어보는지
필요하다는 서류들을 얼추 맞춰서 다시 방문하기까지 한 달 넘게 걸렸던 것 같다. 사업자등록증도 겨우 내고, 엉성하게 사업계획서랍시고 뭘 잔뜩 써갔다. 다시 간 서민금융진흥원에서는 처음보다 좀 더 나이 지긋한 담당자분이 앉아있었다. 그분이랑 한 시간 반 넘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뭘 어떻게 운영할 건지, 얼마나 벌 수 있을 것 같은지, 돈은 어디에 쓸 건지, 심지어 내 개인적인 신용 상태까지 다 물어보는데 뭔가 심문받는 느낌이었다. 내가 뭘 크게 잘못한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꼬치꼬치 캐묻지 하는 생각도 들고. 은행에서 대출받는 거랑 비슷하면서도 뭔가 더 ‘널 믿어도 될까?’ 하고 의심하는 듯한 뉘앙스였다. 솔직히 좀 기분 상할 때도 있었다.
낮은 이자였지만, 기대만큼은 아니었던 금액
그렇게 서류 내고 면담하고, 중간에 몇 번 서류 보완하라는 연락까지 받고 나서 한두 달이 더 지났다. 총 세 달 가까이 걸렸던 것 같다. 나중에는 내가 이걸 받으려고 했던 건지, 그냥 오기로 버틴 건지 헷갈릴 지경이었다. 그렇게 해서 최종적으로 심사가 통과됐다는 연락을 받았고, 한 천만 원 정도 운영자금 명목으로 돈이 들어왔다. 일반 은행 대출보다는 이자가 훨씬 낮았던 건 확실하다. 처음엔 몇%라고 했는지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부담 없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내가 그때 기대했던 건 ‘이 돈으로 뭔가 대단한 걸 시작할 수 있을 거야!’ 하는 설렘이었는데, 막상 통장에 찍힌 금액을 보니 ‘이걸로 뭘 하지?’ 싶은 현실적인 고민이 먼저 들었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그걸로 뭘 해야 할지 막막한 느낌이 더 강했다.
괜히 신경 쓰였던 통장 명세서
그 천만 원 가지고 한두 가지 작은 시도를 해봤다. 온라인에서 뭘 좀 팔아보기도 하고, 작은 웹사이트를 만들어 보기도 하고. 그런데 아무래도 돈이 정부 지원금이다 보니, 괜히 신경 쓰이는 부분이 있었다. 혹시라도 나중에 정말 사업이 망해서 돈을 다 써버리면 어떻게 되는 건가? 하는 막연한 불안감도 있었다. 그리고 매달 통장에서 이자가 빠져나가는 걸 볼 때마다 ‘아, 이건 내 돈이 아니라 빌린 돈이지’ 하는 자각이 드는 게 좀 그랬다. 다른 사람들한테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게 그렇게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다. 그냥 편하게 쓸 수 있는 내 돈이 아니라는 생각 때문에 씀씀이가 더 조심스러워졌다.
지금도 딱히 ‘이거다!’ 싶은 건 없네
그렇게 미소금융으로 받은 운영자금은 거의 다 써버렸다. 결과적으로 내가 생각했던 ‘대박’ 같은 건 없었다. 물론 아예 허공에 뿌린 건 아니고, 뭘 시도해보고 배워본 경험은 남았다. 하지만 ‘이걸 받기 위해서 그렇게 고생했던 게 맞나?’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면, 딱히 시원한 대답이 떠오르지 않는다. 누군가에게는 정말 가뭄에 단비 같은 돈이 될 수도 있겠지만, 나한테는 그냥 길고 긴 서류 작업과 기다림 끝에 얻은, 애매한 경험치 같은 것이었다. 지금도 그때 서류 준비하느라 골치 아팠던 기억이 더 선명하다. 사업은 여전히 잘 안 풀리고 있고, 그 돈이 내 인생을 확 바꿔놓지는 못했다. 그냥 그랬다.

사업계획서 준비하느라 정말 답답했었네요. 제가 비슷한 경험을 할 때도 서류 때문에 시간 낭비했던 기억이 납니다.
통장 이자 빠지는 거 보면서 자각하는 느낌,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어요. 사업 시작하려는 막막함과 불안함이 돈의 가치관까지 바꾸는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