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올라온 공고를 보며 멍하니 있었다
며칠 전 새벽에 습관처럼 채용 사이트들을 뒤적이다가 익숙한 이름을 발견했다. 4개월 전쯤 정말 가고 싶어서 꽤 공들여 자소서를 썼던 곳인데, 그때는 이력서 열람까지는 확인했으면서 끝내 연락이 없었다. 보통은 그러고 나면 마음을 정리하는 게 맞는데, 공고가 다시 올라온 걸 보니 기분이 묘했다. 이게 지금 사람이 급해서 다시 올린 건지, 아니면 저번에 뽑았던 사람이 금방 그만둔 건지 알 길이 없으니 더 답답하다. 사실 그때 내 이력서가 너무 부족했나 싶어서 이번에는 포트폴리오라도 좀 수정해서 넣어볼까 고민 중이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이미 한 번 거절당한 사람인데 다시 넣으면 인사 담당자가 기억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자꾸 마우스 커서가 멈춘다.
6시그마나 따볼까 했던 지난날
취업이 안 풀리면 사람 마음이 참 이상해진다. 뭐라도 더 해야 할 것 같아서 한창 6시그마 자격증이나 국비지원 교육 같은 걸 검색하던 때가 있었다. 그때는 진짜 뭐라도 따두면 당장이라도 어디든 들어갈 수 있을 것만 같았는데, 막상 실무 교육을 알아보니 비용도 만만치 않고 기간도 길어서 선뜻 시작하기가 겁이 났다. 내일배움카드를 쓰면 실업자 상태에서 국비지원을 받아 부담을 좀 줄일 수 있다고는 하는데, 그 과정 자체가 또 하나의 거대한 숙제처럼 느껴졌다. 주변에서는 일단 뭐라도 배우라고 하지만, 사실 배우는 것보다 당장 내일 출근할 곳이 필요한 거라 마음이 급하다. 자격증 하나 있다고 인생이 드라마틱하게 변하는 건 아니라는 걸 다들 알면서도, 그 불안함을 잠재우려고 자꾸 무언가를 찾아 헤매게 되는 것 같다.
대형 교육 과정의 화려한 수식어들
요즘은 KT 에이블스쿨 같은 대규모 교육 프로그램들도 눈에 들어온다. AI 개발자나 DX 컨설턴트를 키운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하는데, 보면 볼수록 세상이 참 빠르게 변한다는 게 실감 난다. 수료생들이 500개가 넘는 기업에 취업했다는 문구를 보면 솔깃하다가도, 내가 그 긴 과정을 버틸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먼저 든다. 어딘가에 소속되어 무언가를 배우고 있다는 안도감을 느끼고 싶은 걸까. 사실 예전에 알바천국에서 본 공고에 재지원할지 고민하는 것도, 결국은 어디든 다시 연결되고 싶은 마음 때문인 것 같다. 거창한 스펙보다는 당장 나를 써줄 곳이 필요한 게 지금의 현실이니까.
매일매일이 똑같은 거절의 반복
취업 준비가 길어지니까 이제는 메일함 확인하는 것도 일종의 고역이 되었다. 합격 메일은커녕 서류 탈락 통보조차 오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라, 어떤 날은 내가 투명 인간이 된 기분이 들기도 한다. 금천구 꿈드림 같은 곳에서 학교 밖 청소년들을 돕는 것처럼, 어른이 되어서도 이런 정서적 지원이나 현실적인 상담을 해줄 곳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가끔 생각한다. 지금은 그냥 혼자서 공고 보고, 이력서 고치고, 다시 지원 버튼 누르는 이 루틴이 너무나 반복적이다. 남들은 4개월 정도면 금방 취업하는 것 같은데, 나만 시간이 멈춰있는 느낌이다.
결국 다시 지원 버튼을 누르게 될 것 같다
고민한다고 답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다른 좋은 곳이 당장 눈에 보이는 것도 아니다. 생각해보면 4개월 전이랑 지금이랑 크게 달라진 것도 없는데, 다시 지원한다고 뭐가 달라질까 싶기도 하다. 그래도 그냥 놔두면 0%인데, 지원이라도 하면 1%라도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4개월 전보다는 자소서 문장 하나라도 조금 더 다듬었을 테니, 그때보다는 아주 조금 더 나은 결과가 나올지도 모른다는 희망 섞인 착각을 해본다. 내일 아침에 일어나서 다시 한번 고민해보고, 그냥 잊어버리기 전에 이력서를 수정해야겠다. 이런 고민을 하는 게 나뿐만은 아니겠지.

6개월 전 자격증 공부했던 경험 생각하면, 지금도 꾸준히 뭘 배우려는 노력은 좋은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