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 문을 닫고 서류 뭉치를 챙겨 신용보증재단으로 향하던 날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사실 처음에는 간단하게 해결될 문제라고 생각했다. 주변에서 다들 정부 지원 대출, 소상공인 정책자금 이야기를 하길래 막연히 내 차례가 오면 어렵지 않게 진행될 줄 알았던 거다. 가게 오픈한 지 이제 2년 차, 매출이 아주 좋지는 않아도 꾸준히 버티고 있으니 당연히 되겠거니 싶었다.
서류 챙기다가 하루 다 보낸 날
아침 일찍 일어나서 사업자등록증부터 시작해 부가세 과세표준증명원, 임대차계약서 사본까지 하나하나 챙기는데 이게 보통 일이 아니었다. 홈택스에서 출력하면 되는 서류는 그나마 다행인데, 은행 서류랑 보증재단 서류가 묘하게 겹치면서도 달라서 몇 번을 다시 확인했는지 모른다. 동네 근처 신용보증재단 지점은 오전 9시부터 번호표를 뽑아도 대기가 길다는 말을 들어서 최대한 서둘러 도착했다. 사실 그전에는 그냥 대출받으면 되는 거 아닌가 싶었는데, 막상 창구에 앉으니 내 경제 상황이 점수화되어 엑셀 표로 정리되는 기분이 들었다. 상담해 주시는 분은 친절했지만, 동시에 굉장히 사무적이었다. 내가 가져온 서류들을 한참 들여다보시더니 서류 하나가 빠졌다고 해서 그 자리에서 다시 출력하러 근처 피시방을 찾아 헤매기도 했다. 그때 든 생각은 ‘돈 빌리는 게 이렇게 품이 많이 드는 일이구나’ 싶었다.
금리는 자꾸 오르는데 내 마음은 급하고
상담 끝에 받은 안내는 생각보다 현실적이었다. 정책자금이라고 해서 다 똑같은 이율이 적용되는 게 아니었고, 내 신용점수와 담보 능력에 따라 차이가 꽤 났다. 요즘 뉴스에서 기준금리 인상 소식이 들릴 때마다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데, 대출 이자 부담까지 생각하니 상담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 대략적으로 4%에서 6% 사이를 오가는 이자율을 듣고 나니, 이걸 빌려서 정말 장사가 더 잘 될까 하는 의구심도 들었다. 사실 큰돈을 빌리는 건데 무작정 안심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상담해주시는 분이 ‘지금 당장 대출이 실행되어도 원리금 상환 부담이 만만치 않을 텐데 괜찮겠냐’고 물으시는데, 그 질문이 왠지 모르게 나를 걱정해주는 게 아니라 나를 시험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보증료라는 복병을 만나다
가장 당황스러웠던 건 ‘보증료’였다. 정부지원대출이라 이자만 내면 끝인 줄 알았더니, 보증재단에서 보증을 서주는 대가로 떼가는 비용이 따로 있었다. 이게 몇십만 원 단위로 훅 나가니까 처음에 계획했던 자금 운용 규모가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했다. 1천만 원을 빌린다고 해서 통장에 1천만 원이 고스란히 들어오는 게 아니었다. 보증료를 떼고 나면 실제 손에 쥐는 돈은 좀 더 줄어드니까 말이다. 이런 세세한 부분까지는 어디서 딱히 알려주는 사람이 없었다. 컨설팅 업체랍시고 연락 오는 곳들은 수수료를 요구하는데, 그런 곳에 돈을 쓸 여력은 당연히 없어서 혼자 해결하다 보니 몸으로 부딪히는 수밖에 없었다. 요즘 소상공인들 사이에서 도는 이야기들을 들어보면 다들 이 보증료 부담 때문에 고민이 많다고 한다. 나만 몰랐던 건지, 원래 이런 구조인지 문득 궁금해지기도 했다.
끝없는 기다림과 불확실한 결과
결국 서류를 접수하고 나왔는데, 바로 승인이 나는 게 아니었다. 현장 실사를 나올 수도 있고 심사 기간이 최소 2주에서 길면 한 달까지 걸린다고 했다. 가게 운영하면서 이렇게 무언가를 기다려본 적이 있었나 싶다. 오늘 당장 급한 불을 끄려던 계획은 완전히 무너졌다. 오히려 대출이 될지 안 될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심사 결과를 기다리는 게 더 불안하게 느껴졌다. 주변에 보면 대출이 거절되어서 결국 2금융권으로 밀려났다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나도 혹시 그렇게 되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확실한 건, 정부지원자금이라는 게 생각보다 녹록하지 않다는 점이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지하철역 앞 편의점에서 커피 한 잔을 샀다. 오늘 하루 종일 돌아다니느라 쓴 돈이 대출 이자 몇 달 치는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출을 받으러 다니는 건지, 내 사업을 점검하는 건지 알 수 없는 시간이었다. 어쨌든 서류는 넣었으니 이제는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통장에 돈이 들어올지, 아니면 거절 문자를 받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 마치 시험 결과 기다리는 수험생처럼 느껴진다. 조금 더 준비했어야 했나, 아니면 그냥 지금 규모대로 작게라도 버티는 게 나았나 싶기도 하고. 내일 가게 오픈해서 다시 손님을 맞이할 생각을 하니 어깨가 조금 무겁다. 이 불확실함이 언제쯤 끝날지 모르겠다.

피시방에서 서류 출력하느라 정말 정신 없었겠네요. 저도 사업 시작할 때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공감됩니다.
저도 비슷한 경험 때문에 마음이 많이 편치 않았던 기억이 나네요. 특히 ‘시험 보는 기분’이라는 표현이 정말 와닿았어요.
피시방에서 서류 찾으시는 모습이 저도 비슷한 경험이라 와닿네요. 사업 시작할 때 서류 준비하는 게 정말 복잡하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