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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류 뭉치 들고 은행 문턱 넘기가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처음엔 정부 지원금인 줄 알았다

처음 가게를 시작할 때만 해도 중소기업 청년지원금 같은 게 많아서 다들 그거 받아서 시설비라도 충당한다고들 했다. 나도 의욕에 차서 서류 몇 장 준비하면 금방 되는 줄 알았지. 근데 막상 해보니 이건 뭐, 서류를 준비하다가 내 사업자등록증이 맞는 건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 임대차계약서부터 매출 자료, 거기다 지방세 체납 내역까지. 서류 발급받으려고 여기저기 사이트 들락날락하는데, 공인인증서 갱신하라는 팝업만 열 번은 본 것 같다. 집에서 다 해결될 줄 알았는데 결국 출력할 게 너무 많아서 근처 문구점까지 다녀왔다. 장당 100원씩 내고 뽑은 그 서류들이 나중에 보니까 대출 심사에는 아무짝에도 쓸모없게 된 것들도 섞여 있었는데, 그걸 확인하는 순간 허탈감이 몰려오더라.

비대면 신청은 꿈같은 이야기

요즘은 NH농협은행 같은 곳도 기업금융 비대면으로 다 된다고 광고하던데, 그건 아마 대기업이나 법인 기준인 것 같다. 나 같은 영세 개인사업자는 여전히 은행원 얼굴을 봐야 마음이 놓이는 건지, 아니면 은행 시스템이 나를 못 믿는 건지 모르겠다. 모바일로 뭐 좀 하려고 하면 꼭 ‘지점 방문 필요’라는 문구가 뜨더라. 결국 시간 내서 방문했는데, 대기번호가 70번대였다. 그때 들고 갔던 서류 가방이 어찌나 무겁던지. 옆에 있던 다른 사장님은 법인 대출 상담받던데 서류 두께가 나랑은 차원이 다르더라. 난 고작 2천만 원 정도 생각하고 간 건데, 심사 기준이 뭐 그리 복잡한지. 보험설계사 하시는 분이 옆에서 조언해주시길, 서류 제대로 안 갖추면 3번은 와야 한다고 하셨는데 그게 남의 일이 아닐 것 같아 등줄기에 땀이 났다.

폐업 후에도 끝나지 않는 서류와의 전쟁

가게를 결국 정리하고 나서도 문제가 생겼다. 사업자등록 말소를 바로 했어야 했는데, 정신없어서 미루고 있었더니 그게 또 발목을 잡더라. 나중에 대출 좀 알아보려고 하니까 내가 아직도 사업을 하는 걸로 잡혀 있어서 신용 조회할 때마다 오류가 나고 난리였다. 관할 세무서에 가서 폐업 신고를 하려니 거기서도 증빙 서류를 요구하는데, 이미 다 정리해서 버린 포스기 매출 내역이나 운영 현황 자료를 찾느라 진땀을 뺐다. 서류라는 게 있을 때는 귀찮은 존재인데, 막상 필요해서 찾으면 왜 항상 어디로 사라지는지 모르겠다. 결국 상담원한테 구두로 설명하고 몇 가지 서류로 대체했는데, 그 과정에서 든 시간만 계산해도 최저임금은 넘었을 것 같다.

은행 문턱보다 높은 내 마음의 벽

상담을 몇 번 받아보니 드는 생각은, 과연 이 대출이 나한테 꼭 필요한 건가 하는 의구심이다. 이자율 계산하고 나면 오히려 장사할 때보다 이득이 적을 것 같기도 하고. 대출 조회를 하면 할수록 내 신용 점수가 조금씩 깎이는 기분이 드는 건 기분 탓일까. 마이데이터니 뭐니 해서 AI가 심사해준다고 하지만, 결국 마지막엔 사람이 서류 뭉치를 훑어보는 게 현실이다. 며칠 전에는 부산에 있는 주택 담보 대출 금리 비교까지 해봤는데, 서울이랑 차이가 나는 걸 보고는 더 머리가 복잡해졌다. 그냥 안 빌리고 버티는 게 답인가 싶다가도, 갑자기 돈 들어갈 일 생기면 또 다시 은행 어플을 켜게 된다.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찝찝함

지금은 일단락된 상태인데, 영 개운치가 않다. 내가 제출한 서류가 나중에 어떤 식으로 다시 나를 괴롭힐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어디 대출받았다는 기록이 내 개인적인 신용 파일 어딘가에 낙인처럼 찍혀있을 것 같아서 말이다. 다른 사람들은 쉽게 대출받아서 사업 확장하고 잘만 하던데, 난 왜 이렇게 서류 하나 떼는 것도 쩔쩔매나 싶기도 하다. 법인 사업자들처럼 체계적인 관리가 되는 것도 아니고, 그냥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소상공인에게 이런 서류 벽은 정말 높다. 언젠가 이 서류 더미에서 완전히 해방되는 날이 올까. 내일은 다시 대출 상담 예약해둔 곳에 가야 하는데, 벌써부터 서류 가방 챙길 생각에 한숨부터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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