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 접수 사이트와 실랑이하며 보낸 오후
며칠 전부터 기업마당 사이트를 들락거렸다. 동네 작은 가게를 시작해볼까 싶어서 소상공인 창업 지원이나 운전자금 같은 키워드를 검색하다 보니 끝이 없더라. 사실 처음에는 간단한 지원금인 줄 알았는데, 막상 페이지를 열어보니 내가 준비해야 할 서류 양이 생각보다 훨씬 방대했다. 부산외대나 로컬콘텐츠창업센터 같은 곳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 기사를 보면서 ‘아, 나도 저런 걸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를 했었나 보다. 그런데 막상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관련 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아이핀 인증부터 시작해서 공인인증서 갱신까지, 기본적인 관문부터가 사람을 지치게 만들었다. 카페에서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쓱싹 신청하면 끝날 줄 알았는데, 노트북 앞에 앉아 3시간을 꼬박 씨름했다.
4050 세대 타깃의 정책을 보며 느낀 묘한 기분
기사를 찾아보니 용인시에서 중장년 창업 지원을 강화한다는 내용이 보였다. 나는 20대인데, 지원 사업들 상당수가 특정 연령대나 특정 지역에 맞춰져 있다는 게 문득 실감이 났다. 부산진구 사례도 그렇고, 청년이라는 단어가 붙은 지원센터들도 알고 보면 내가 사는 곳이랑은 거리가 좀 멀어서 선뜻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사실 이런 정부 지원사업이라는 게 찾아보면 생각보다 많은데, 정작 내 조건에 딱 맞는 건 드물다. 대출 조건이나 이자율 같은 걸 계산하다 보면 결국 내 신용도 문제로 돌아가게 되고, 신용보증재단에서 대출을 받으려면 또 보증 심사라는 산을 넘어야 한다. 이쯤 되면 ‘그냥 내 돈 모아서 작게 시작하는 게 마음 편하지 않을까’ 싶다가도, 주변에서 지원금 받아서 시설 보수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또 마음이 흔들린다.
로컬 크리에이터 창업과 현실적인 고민
요즘은 로컬 콘텐츠니 뭐니 해서 거창한 이름의 창업 지원이 많다. 중소벤처기업부에서 밀어주는 사업들도 결국 내가 그 지역의 특색을 어떻게 살릴 것이냐가 관건인데, 솔직히 말하면 그냥 평범한 가게 하나 열고 싶은 사람한테는 조금 부담스러운 수준의 기획서를 요구하는 느낌이다. 단순히 물건을 팔고 싶은 게 아니라, 지역 생태계를 조성해야 할 것 같은 압박이랄까. 로컬콘텐츠창업센터 지원 사업 내용을 읽어보니 무슨 거창한 사업계획서를 쓰라는 항목들이 주르륵 나와 있는데, 그걸 보다가 노트북을 덮어버렸다. 과연 내가 쓴 계획서대로 결과가 나올까? 아니, 애초에 그 계획서라는 게 실제 현실을 얼마나 반영하고 있는 걸까 싶은 의구심이 들었다.
무작정 방문해본 비즈니스 지원단
결국 답답한 마음에 경기중소벤처기업청 비즈니스 지원단 쪽 번호를 메모해두었다. 전화라도 해봐야 하나 싶다가도, 막상 전화기 너머로 들려올 ‘서류 준비해 오세요’라는 말만 상상하니 또 미루게 된다. 상담 예약 시간도 꽤 길다고 들었는데, 과연 내가 그 시간과 비용을 들여서 상담을 받는 게 맞나 싶다. 요즘은 정말이지 뭐 하나 시작하려고 하면 공부해야 할 게 너무 많다. 옛날에는 그냥 점포 얻고 간판 달면 끝이었던 것 같은데, 이제는 모든 과정을 데이터화하고 증명해야 하니까. 지원금 몇 푼 받으려고 들어가는 시간과 에너지가 때로는 창업 준비 그 자체보다 더 크게 느껴질 때가 있다.
끝이 나지 않는 준비 과정의 반복
오늘도 또 쓸데없이 기사들만 뒤적거리다가 시간이 다 갔다. 중기부나 소진공에서 나오는 공고문을 읽다 보면 세상에 사업할 수 있는 방법은 정말 많아 보이는데, 막상 내 상황에 대입해보면 ‘이건 안 되고, 저건 자격이 안 되고’ 하는 결론만 남는다. 소상공인 온·오프라인 점프업 같은 것도 결국 내가 오프라인 점포가 있어야 시작할 수 있는 건데, 점포 구할 돈을 마련하려고 대출을 알아보는 순서가 뒤바뀐 느낌이다. 아마 내일도 똑같이 고민하겠지. 어떤 서류를 먼저 떼야 할지, 신용보증재단에 전화를 해봐야 할지 말지 같은 사소한 망설임들 말이다. 창업이 원래 이렇게 복잡한 건지, 아니면 내가 너무 유난을 떠는 건지 잘 모르겠다. 그냥 좀 더 고민해봐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