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단순히 아이디어 하나면 될 줄 알았다
몇 달 전, 머릿속으로만 굴리던 작은 아이디어 제품을 구체화해 보겠다며 무작정 여기저기 알아보기 시작했다. 거창한 건 아니었고, 일상에서 매번 불편했던 부분을 조금 다듬은 수준의 물건이었다. 주변에서는 다들 ‘일단 특허부터 내놓아야 뺏기지 않는다’는 식의 조언을 하길래, 나는 순진하게도 특허라는 게 서류 몇 장 써서 케이스타트업 같은 곳에 올리면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구글링을 좀 해보고 정부지원사업 공고들을 읽어 내려가니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다. ‘선행기술조사’니 ‘청구범위’니 하는 단어들이 쏟아지는데, 여기서부터 이미 정신이 혼미해지기 시작했다.
변리사 사무소 상담 예약까지 일주일
혼자 끙끙대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집 근처 변리사 사무소를 찾았다. 상담 예약만 잡는데도 왜 그렇게 오래 걸리는지, 일주일은 기다려야 한다는 대답을 듣고 괜히 진이 빠졌다. 막상 사무실에 들어갔을 때는 생각보다 딱딱한 분위기에 압도당했다. 변리사님은 내 아이디어를 듣더니 미묘한 표정으로 ‘이미 비슷한 구조가 3년 전 일본에서 출원된 적이 있네요’라고 한마디를 툭 던졌다. 그 순간 내가 고민했던 시간들이 순식간에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기분이었다. 상담비는 시간당 15만 원 정도를 지불했는데, 뭔가 속 시원한 해결책을 듣기보다는 내 아이디어가 얼마나 기술적으로 좁은 입지에 있는지 확인받고 온 느낌이라 씁쓸했다.
특허출원번호를 받는다는 것의 무게
그래도 일단 출원을 진행해 보기로 했다. 수수료에 명세서 작성 비용까지 합치니 초기 비용만 거의 200만 원 가까이 깨졌다. 이게 나중에 벤처기업 혜택을 받거나 정부지원사업에 가점을 받으려면 필수라고 하니까 울며 겨자 먹기로 진행하는 건데, 통장에서 돈이 나가는 속도가 내 사업의 진척 속도보다 훨씬 빠르다는 게 체감이 됐다. 특허출원번호 하나가 나오기까지 기다리는 한 달 남짓한 시간 동안, 나는 혹시라도 중간에 거절 통지가 오지는 않을까 매일 특허청 사이트를 들락거렸다. 이 과정이 사업의 첫 단추라는데, 단추를 끼우기도 전에 손가락에 쥐가 나는 기분이었다.
유지비와 감정평가라는 또 다른 산
출원이 끝났다고 좋아할 일도 아니었다. 당장 3년 차부터 내야 할 특허연차료 문제도 있었고, 나중에 투자를 받으려면 자산재평가니 뭐니 해서 특허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내 아이디어가 고작 종이 몇 장으로 남아있는데, 이걸 어떻게 감정평가받아서 자산으로 잡아야 하는지 도무지 감이 안 잡혔다. 주변에서는 다들 기술 경쟁력이 있으면 다 해결된다고 하지만, 막상 현실의 내 제품은 공장 견적도 제대로 못 내고 있는 상태인데, 서류상의 ‘권리’만 쌓여가는 게 맞나 싶기도 했다.
이제는 정말 끝난 걸까
얼마 전 우편으로 등록 결정서를 받았다. 이제는 나만의 독점적인 권리가 생겼다는 생각에 뿌듯해야 하는 게 정상일 텐데, 정작 드는 생각은 ‘이제 이 특허를 써먹을 수 있는 제품을 진짜 만들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뿐이다. 등록비까지 내고 나니 이제 정말 뒤로 물러날 곳이 없다. 차라리 상담받으러 가기 전의 그 순수했던 무지함이 더 나았나 싶기도 하다. 정부지원사업 선정 소식은 아직 감감무소식이고, 통장에 남은 잔고는 줄어드는데, 벽장에 꽂힌 특허 증서만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다. 이게 정말 사업의 밑거름이 될지, 아니면 그냥 내 욕심의 산물로 남을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수수료 때문에 200만 원이 넘어가다니, 사업 시작부터 부담이 되네요. 제가 작은 제품 개발할 때도 비슷한 걱정을 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