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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으로 바꾸려다 서류 더미에 파묻힌 기록

법인 전환을 고민하게 된 솔직한 이유

사업자를 처음 낼 때는 정말 단순하게 생각했다. 그냥 매출 좀 나오면 세금 좀 내고, 내 마음대로 돈 쓰고 하면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이게 웬걸, 매출이 조금씩 잡히기 시작하니까 세금 고지서가 날아오는 속도가 내 숨통을 조여오는 느낌이다. 주변에서 법인으로 바꾸면 세금 아낀다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 그래서 무작정 알아봤는데, 이게 생각보다 단순한 문제가 아니더라. 개인사업자일 때랑은 다르게 법인 통장도 따로 만들어야 하고, 대표이사로서 내 급여도 정해야 한다니 처음엔 좀 멍했다. 중소기업공제기금 같은 것도 개인일 때보다 활용할 여지가 많다길래 혹해서 시작했는데, 시작부터 서류 준비하느라 며칠을 밤새웠는지 모른다.

정책자금이라는 환상과 현실적인 장벽

사실 법인 전환을 결심한 큰 이유 중 하나가 정부지원금이었다. ‘2026년 정책자금 30조’라는 뉴스를 보고 나도 1억 정도는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헛된 희망을 품었다. 근데 막상 알아보니 신용도도 중요하고, R&D 실적이나 매출 성장세 같은 게 다 기록으로 남아야 하더라. 특히 저신용 사업자 대출 알아보러 서민금융지원센터 갔다가 대기 시간만 3시간을 넘겼다. 내 앞사람이 한숨을 푹푹 쉬면서 나오는 걸 보고 있자니, 여기 앉아있는 게 맞나 싶기도 했다. 시중은행 금리는 연 5~6%를 훌쩍 넘어가는데, 정책자금 2%대라는 숫자는 정말 그림의 떡처럼 보였다. 이걸 받으려면 사업계획서를 수십 장 써야 하는데, 장사하기도 바쁜 시간에 이게 무슨 짓인가 싶다.

공작기계 매입과 자산 이전의 고통

법인으로 바꾸면서 기존에 쓰던 중고공작기계나 집기들을 어떻게 처리할지가 정말 골치였다. 개인 명의로 샀던 걸 법인으로 현물출자 하는 게 복잡하다는 소리를 듣고 그냥 내가 다시 법인에 파는 형식으로 바꿨는데, 세무사 사무실에서 물어보는 질문들이 너무 디테일해서 대답을 제대로 못 했다. “취득가액이 얼마였죠?”, “감가상각은 얼마나 진행했죠?” 이런 거 묻는데 기억이 날 리가 있나. 그냥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싸게 사 왔던 거라 증빙 서류도 부족한데, 이런 사소한 것들 하나하나가 나중에 세무조사 때 문제가 될까 봐 밤마다 불안하다. 지금은 법인 전환은 했는데, 오히려 개인사업자 시절의 그 가벼웠던 마음이 가끔 그리워지기도 한다.

서류 속에서 길을 잃은 기분

지금 내 책상 위에는 정체 모를 서류들이 한가득이다. 법인 등기부등본부터 시작해서 정관, 주주명부, 각종 지원금 신청 서류까지. 누가 옆에서 좀 도와주면 좋겠는데, 요즘은 다들 자기 살길 찾느라 바쁘다. 소상공인경제연구소 같은 곳에서 리포트가 나오는데, 거기도 보면 결국 자생력을 키우라는 뻔한 소리뿐이다. 빚으로 연명한다는 말이 남의 일이 아니다. 작년에 주변 사장님들 97만 곳이 문을 닫았다는 기사를 봤을 때 솔직히 남 일 같지 않아서 가슴이 덜컥했다. 나도 지금 이 고생을 하면서 법인으로 바꾸는 게 맞는 건지, 아니면 그냥 조용히 규모 줄여서 개인사업자로 버티는 게 나았을지 아직도 결론을 못 내리겠다.

결국 끝은 어디인지 잘 모르겠다

사업이 잘되면 좋겠지만, 당장 내일 매출이 얼마나 찍힐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법인 통장에 돈을 묶어두는 게 맞는 건지 모르겠다. 가끔은 정책자금 좀 빌려보겠다고 시간 낭비, 에너지 낭비하는 게 비효율적인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법인 전환했다고 해서 갑자기 매출이 오르는 것도 아니고, 세금은 세금대로 복잡해졌다. 이제 와서 다시 개인으로 돌아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법인으로서 엄청난 혜택을 누리고 있는 것도 아닌 이 어중간한 상태. 내일은 또 은행 가서 대출 연장 상담이나 받아야 하는데, 날씨가 추워지니 마음도 괜히 더 무거워진다. 이게 맞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건지, 아니면 단순히 늪에 더 깊숙이 발을 들인 건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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