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퇴직금을 쥐고 창업박람회를 기웃거리던 때가 생각납니다. 그때는 그저 찜닭이나 도시락 창업처럼 배달 시장에서 당장 잘 팔릴 것 같은 아이템을 찾는 데만 혈안이 되어 있었죠. 박람회에서 화려한 조명 아래 시식 행사를 하는 뜨는 프랜차이즈를 보면 ‘이거다’ 싶어 가슴이 뛰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30대가 되어 몇몇 자영업자 지인들의 현실을 곁에서 지켜보고, 저 또한 직접 발을 들여놓으려 고민하며 깨달은 것은, 대다수가 배달 창업의 ‘아이템’에만 매몰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이건 정말 위험한 접근입니다.
아이템이 아니라 동선이 매출을 만든다
가장 흔히 하는 실수가 바로 ‘잘 팔리는 메뉴’를 정하고 나서 상가 계약을 하는 것입니다. 사실 배달 위주의 가게를 할 거라면 메뉴보다 더 중요한 게 매장의 물리적 동선입니다. 주방에서 조리한 음식이 포장대로 넘어가고, 배달 기사가 들어와서 음식을 픽업해 나가는 그 5미터 남짓한 동선이 꼬이면 점심 피크 타임에 반드시 사단이 납니다. 제가 아는 지인은 메뉴 선정에만 3천만 원을 썼는데, 정작 포장 동선이 꼬여서 주문이 몰리면 음식이 식고 배달 지연 리뷰가 쏟아지는 바람에 오픈 6개월 만에 장사를 접었습니다. 배달 창업은 결국 ‘시간 싸움’인데, 매장 구조가 이를 따라주지 않으면 어떤 좋은 아이템도 무용지물입니다.
프랜차이즈 계약, 겉모습에 속지 마세요
프랜차이즈는 보통 가맹비와 교육비, 인테리어 비용을 합쳐 적게는 3천만 원에서 많게는 1억 원 가까이 들어갑니다. 많은 분이 브랜드 순위를 보고 결정하지만, 사실 계약서의 노예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본사가 정한 식자재 강제 구매 비율이나, 마진율을 따져보면 실제 내 손에 쥐는 돈은 생각보다 적습니다. 저도 한 번은 가맹 계약 직전까지 갔다가, 예상 매출 시나리오를 짜보고는 멈췄습니다. 매출이 3천만 원 발생해도 인건비, 배달 수수료, 식자재비, 광고비를 떼고 나니 남는 게 알바비보다 적더라고요. 이게 현실입니다. 브랜드 이름이 주는 안정감은 생각보다 짧고, 매달 나가는 고정비의 압박은 정말 깁니다.
광고와 리뷰 이벤트의 함정
요즘은 배달 앱 내 상위 노출을 위해 광고비를 쏟아붓습니다. 소위 말하는 ‘리뷰 이벤트’도 필수죠. 그런데 이게 참 묘합니다. 리뷰 이벤트를 위해 원가 2,000원짜리 음료나 사이드 메뉴를 주면, 실제로는 그만큼 내 마진이 줄어드는 건데 다들 ‘매출만 높으면 된다’는 생각에 매몰됩니다. 실제로 광고비로 매출의 15% 이상을 쓰는 분들도 봤는데, 그렇게 해서 매출 4천만 원 찍고 순익은 200만 원 남는다면 이게 과연 장사일까요? 때로는 광고를 줄이고 단골 위주로 운영하는 게 정신 건강에 이로울 때도 있습니다. 다만, 신규 유입이 없는 업종이라면 광고를 안 할 수도 없는 딜레마가 있죠.
시도하기 전, 무작정 계약부터 하지 마세요
이 글은 창업을 꿈꾸지만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는 분들에게 드리는 경험담입니다. 만약 당신이 ‘한 방’을 노리고 있다면, 혹은 대기업 퇴사 후 무언가 ‘그럴듯한 사장님’ 소리를 듣고 싶다면 이 길은 가지 않는 게 좋습니다. 특히 프랜차이즈 본사의 말만 믿고 덜컥 계약서를 쓰려는 분들에게는 강력히 경고하고 싶습니다. 계약 전에 반드시 ‘일주일간의 가상 시나리오’를 짜보세요. 아침 10시부터 밤 10시까지, 식자재 발주부터 배달 기사 응대까지 직접 몸을 움직인다고 상상하며 비용을 하나씩 계산해 보시길 바랍니다.
누구에게 이 조언이 필요한가
이 내용은 프랜차이즈 창업을 앞두고 막연한 기대를 가진 20~30대 예비 창업자에게는 실질적인 브레이크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외식업 현장에서 잔뼈가 굵고, 본인만의 조리 매뉴얼이나 상권을 보는 눈이 있는 베테랑에게는 조금은 뻔한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창업 박람회를 가거나 가맹점주를 찾아가기 전에, 동네 배달 맛집의 폐점 시간이나 사장님의 표정을 유심히 관찰해 보는 것부터 시작하세요. 세상에 ‘무조건 성공하는 아이템’은 없습니다. 남들의 성공담보다는 내가 버틸 수 있는 손익분기점이 어디인지, 그 지점을 냉정하게 확인하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입니다.

정말 공감됩니다. 박람회에서 쏟아지는 아이템들 보면서, ‘이거 팔리겠지?’ 하는 생각만 했었거든요. 가상 시나리오 생각하는 거 잊고 있었네요.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어요. 닭갈비 배달만 생각하다가, 오히려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메뉴를 개발하면 수요가 더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